발사 볼 수 있는 '명당' 봉남등대 전국서 400명 운집
발사대 직선거리 3㎞ 남짓... 지도 검색도 안되는 곳
나로도 주민 "며칠 전부터 기도했는데... 다음엔 성공"
“와~~~성공이다!”
21일 오후 전남 고흥군 동일면 봉남등대 전망대. 누리호(KSLV-Ⅱ)가 굉음과 엄청난 연기를 토하며 창공을 가르자 숨죽였던 관객들의 입이 일제히 터졌다.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와는 직선으로 3㎞ 남짓 떨어진 곳. 지도에서도 검색되지 않는 곳이지만, 망원경 없이도 육안으로 발사대를 내려다볼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400여 명의 관람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전날 경기 남양주에서 출발해 이곳에 도착한 김유건(중2)군은 “기말고사를 앞두고 있지만, 나에겐 이걸 두 눈으로 보는 게 더 중요해서 가족과 왔다”며 “산 아래 텐트를 치고 기다린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 가족은 누리호가 무탈하게 날아 시야에서 멀어지자 ‘하이파이브’를 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1단, 페어링, 2단, 위성 모사체 분리 성공에 이어 ‘궤도 안착’ 소식을 기다렸던 이들은 “데이터 분석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자 불안해했다. 이어 위성 모사체가 궤도 안착에 실패했다는 뉴스를 확인하면서 이들 사이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절반의 성공이라는 방송 소식이 전해지자 아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진도에서 온 사진작가 유광종(63)씨는 “누리호의 성공적인 발사 장면을 사진으로 잘 담았는데, 그 뒤에 일이 잘못됐다고 하니 이 사진의 빛이 바라게 됐다”며 “그렇지만 역대 최대 규모의 로켓이 파란 하늘로 치솟는 모습을 담은 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날 이들의 기다림은 길고도 길었다. 당초 오후 4시로 예정된 발사 시간이 1시간가량 지연되자 ‘무슨 일이 있는 것 아니냐’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그러나 “발사체 내부 밸브 점검에 추가적인 시간이 소요됐다"는 당국의 발표 뉴스를 휴대폰으로 확인하면서 불안은 이내 잦아들었다. 성공적으로 발사만 된다면야, 이들에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1시간’이었다. 경남 창원에서 왔다는 배성완(초6)군 가족은 “누리호 발사 장면을 직접, 더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왔고, 5시간을 기다렸는데 1시간 더 기다리는 건 전혀 문제가 안 된다”고 말했다.
발사 장면을 직접 볼 수 있는 자리였지만, 그중에서도 명당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다. 아침부터 도착한 이들이 높은 곳을 찾아 자리를 잡았고, 발사 장면을 직접 영상과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 카메라 삼각대 설치 경쟁도 치열했다. 점심시간이 지나자 더 많은 이들이 전망대로 올랐고 곳곳엔 캠핑용 테이블과 의자, 돗자리는 기본이고 텐트까지 등장했다.
대전에서 3대 가족이 총출동했다는 김기헌(48)씨는 “성공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막상 절반의 성공이라고 하니 많이 아쉽다”며 “그래도 누리호가 우주까지 차고 올라갔으니 다음 번엔 꼭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날 절반의 성공에 그 누구보다 아쉬워했던 이들은 나로도 주민이다. 동네 주민 네 명과 함께 전망대에 오른 손영진(71)씨는 “그동안 몇 차례 실패를 봤던 터라 이번만큼은 성공하기를 바라면서 며칠 전부터 기도했는데, 오늘 또 성공하지 못했다고 하니 마음이 편치 않다”며 “그래도 이번엔 다른 때와 달리 하늘로 차고 올라갔으니, 다음엔 반드시 성공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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