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 4년 전 침몰사고 때는 극적 생환
동료 선원 6명 모두 잃어...한동안 충격
겨우 극복해 다시 배 탔지만 또 전복사고
선장 부인, 사망 소식에 "말 못 하겠다" 눈물
독도 인근 한일 공동수역에서 전복된 홍게잡이 배 일진호(72톤) 선장 박모(62)씨가 4년 전에도 어선 침몰사고를 겪었다가 극적 생환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당시 선원 6명을 잃고 홀로 목숨을 건져 큰 충격에 빠졌다가 다시 배를 탔지만, 또다시 전복사고를 당한 뒤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와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21일 일진호 사고대책 본부가 마련된 경북 울진군 후포수협에서 해경 구조 상황을 경청하던 일진호 선장 부인 이모씨는 ‘조타실에서 선장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다’는 소식에 "가슴이 너무 아파서 말을 못 하겠다"고 흐느꼈다.
이씨는 "남편은 말이 없고 무뚝뚝했지만 자기 배와 자기 직업에 대한 책임감이 강했고 사람들한테도 잘했다"며 "23일 입항 예정이었는데 날씨가 나빠 귀항하다가 사고가 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가족들은 아직 생사도 모르니 더는 무슨 말을 못 하겠다"면서도 “4년 전 사고 때는 남편이 살아 돌아왔는데…”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선장 박씨는 2017년 1월에도 오징어를 잡는 채낚기 어선(74톤) 선장으로 조업을 나갔다가 침몰사고를 겪었다. 그는 선원 6명과 밤새 오징어를 잡고 휴식을 취하던 중 홍콩 선적의 2만3,000톤급 상선과 충돌해 배가 기울면서 바다에 빠졌다. 박씨는 한국인 기관장과 함께 어선에서 흘러내린 밧줄을 잡고 가까스로 갑판에 올랐고, 1시간가량 표류하다가 신고를 받고 사고해역에 출동한 해경 경비함에 의해 구조됐다.
하지만 배 안에서 쉬고 있던 선원 5명 가운데 베트남 선원 1명이 숨졌고, 한국인 선원 3명과 중국인 선원 1명은 실종됐다. 선장 박씨와 밧줄을 붙잡고 겨우 갑판에 오른 한국인 기관장도 상선과 충돌할 때 머리를 다쳐 피를 너무 흘린 탓에 구조 3시간 뒤 숨을 거뒀다.
박씨와 함께 일한 경북 포항의 한 어민은 “4년 전 사고 때 숨진 기관장과 막역한 사이여서 한동안 많이 힘들어 했다”며 “살 길이 막막해 어쩔 수 없이 다시 배를 탔는데…”라며 울먹였다.
어민들은 박씨가 40년 넘게 배를 탄 베테랑 선장이었지만, 이번 사고에는 기상 악화로 순식간에 배가 뒤집히면서 미처 대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진호 선주는 “조타실에 긴급조난 버튼이 있는데도 요청 신호가 없었던 것으로 봐서 높은 파도에 배가 요동치면서 부상을 당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오후 11시쯤 독도 북동쪽 공해상에서 9명이 탄 72톤급 후포 선적 '제11일진호'가 전복돼 현재 3명의 생사는 확인됐으나 6명은 실종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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