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4년 전 사고 때는 살았는데…" 주검으로 돌아온 일진호 선장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단독 "4년 전 사고 때는 살았는데…" 주검으로 돌아온 일진호 선장

입력
2021.10.21 16:35
0면
0 0

선장, 4년 전 침몰사고 때는 극적 생환
동료 선원 6명 모두 잃어...한동안 충격
겨우 극복해 다시 배 탔지만 또 전복사고
선장 부인, 사망 소식에 "말 못 하겠다" 눈물

독도 인근 한일공동수역에서 전복된 홍게잡이 배 일진호(72톤) 선원의 가족 대기실이 21일 경북 울진군 후포면 후포수협 2층에 마련돼 있다. 울진=김정혜 기자

독도 인근 한일공동수역에서 전복된 홍게잡이 배 일진호(72톤) 선원의 가족 대기실이 21일 경북 울진군 후포면 후포수협 2층에 마련돼 있다. 울진=김정혜 기자

독도 인근 한일 공동수역에서 전복된 홍게잡이 배 일진호(72톤) 선장 박모(62)씨가 4년 전에도 어선 침몰사고를 겪었다가 극적 생환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당시 선원 6명을 잃고 홀로 목숨을 건져 큰 충격에 빠졌다가 다시 배를 탔지만, 또다시 전복사고를 당한 뒤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와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21일 일진호 사고대책 본부가 마련된 경북 울진군 후포수협에서 해경 구조 상황을 경청하던 일진호 선장 부인 이모씨는 ‘조타실에서 선장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다’는 소식에 "가슴이 너무 아파서 말을 못 하겠다"고 흐느꼈다.

이씨는 "남편은 말이 없고 무뚝뚝했지만 자기 배와 자기 직업에 대한 책임감이 강했고 사람들한테도 잘했다"며 "23일 입항 예정이었는데 날씨가 나빠 귀항하다가 사고가 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가족들은 아직 생사도 모르니 더는 무슨 말을 못 하겠다"면서도 “4년 전 사고 때는 남편이 살아 돌아왔는데…”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해경이 21일 오전 전복된 일진호 선체에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동해해양경찰청 제공

해경이 21일 오전 전복된 일진호 선체에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동해해양경찰청 제공

선장 박씨는 2017년 1월에도 오징어를 잡는 채낚기 어선(74톤) 선장으로 조업을 나갔다가 침몰사고를 겪었다. 그는 선원 6명과 밤새 오징어를 잡고 휴식을 취하던 중 홍콩 선적의 2만3,000톤급 상선과 충돌해 배가 기울면서 바다에 빠졌다. 박씨는 한국인 기관장과 함께 어선에서 흘러내린 밧줄을 잡고 가까스로 갑판에 올랐고, 1시간가량 표류하다가 신고를 받고 사고해역에 출동한 해경 경비함에 의해 구조됐다.

하지만 배 안에서 쉬고 있던 선원 5명 가운데 베트남 선원 1명이 숨졌고, 한국인 선원 3명과 중국인 선원 1명은 실종됐다. 선장 박씨와 밧줄을 붙잡고 겨우 갑판에 오른 한국인 기관장도 상선과 충돌할 때 머리를 다쳐 피를 너무 흘린 탓에 구조 3시간 뒤 숨을 거뒀다.

박씨와 함께 일한 경북 포항의 한 어민은 “4년 전 사고 때 숨진 기관장과 막역한 사이여서 한동안 많이 힘들어 했다”며 “살 길이 막막해 어쩔 수 없이 다시 배를 탔는데…”라며 울먹였다.

해경과 경북도, 경북 울진군 관계자들이 21일 일진호 사고대책본부가 마련된 울진군 후포면 후포수협 2층 소회의실에서 선원 가족들에게 구조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김정혜 기자

해경과 경북도, 경북 울진군 관계자들이 21일 일진호 사고대책본부가 마련된 울진군 후포면 후포수협 2층 소회의실에서 선원 가족들에게 구조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김정혜 기자

어민들은 박씨가 40년 넘게 배를 탄 베테랑 선장이었지만, 이번 사고에는 기상 악화로 순식간에 배가 뒤집히면서 미처 대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진호 선주는 “조타실에 긴급조난 버튼이 있는데도 요청 신호가 없었던 것으로 봐서 높은 파도에 배가 요동치면서 부상을 당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오후 11시쯤 독도 북동쪽 공해상에서 9명이 탄 72톤급 후포 선적 '제11일진호'가 전복돼 현재 3명의 생사는 확인됐으나 6명은 실종 상태다.

울진= 김정혜 기자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