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당국자 "한미, 종전선언 유용 공감대"
美, 주한미군 지위 등 외교 파장 검토할 듯
미국이 ‘종전선언’ 시행을 가정한 ‘법률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내용과 의도에 관심이 쏠린다. 일단 미국도 지금까지 원론적 입장에서 벗어나 종전선언 담론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다만 정부가 바라는 종전선언 합의까지는 난관이 많아 법률 검토를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19일(현지시간) 미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일 3자 북핵협상 수석대표 협의를 마친 뒤 “(종전선언은) 북한과 대화를 시작하기 위한 계기로서 상당히 유용하다는 한미 간 공감대가 있다”고 밝혔다. 전날 열린 한미 양자 협의에서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한국과 종전선언 문제에 관해 의견을 나눴고, 논의를 이어가기 기대한다”고 언급한 데 이어 협의의 진전을 다시 한번 시사한 것이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종전선언을 놓고 자체 법률 검토에도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통상 대통령이 참여하는 외교적 합의에 앞서 합의 결정에 따른 법적 영향을 살핀다. 이런 관행을 고려하면 종전선언 문안의 얼개가 이미 마련돼 있을 수도 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도 20일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종전선언 문안 작업이 이뤄지고 있느냐’라는 질문에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으나 깊이 있는 협의를 하고 있다”며 부인하진 않았다.
외교가에선 바이든 행정부가 종전선언 합의 뒤 여러 ‘외교적 후폭풍’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기본적으로 종전선언은 정전협정(1953년) 체제를 평화협정 체제로 전환하기 전 ‘과도기’에 해당한다. 정부가 “평화협정은 법적 구속력을 지녔지만, 종전선언은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선언”이라고 극구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정부는 종전선언 주체를 3자(남ㆍ북ㆍ미) 또는 4자(남ㆍ북ㆍ미ㆍ중)로 제시한다. 만약 중국이 종전선언에 포함될 경우 정전협정 당사국(유엔ㆍ북한ㆍ중국) 멤버와 같아지게 돼 위상이 단순한 정치적 선언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또 “전쟁이 끝났다”는 미 대통령의 확인은 주한미군 주둔의 명분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미국으로선 북한이 종전선언을 근거로 한미연합군사연습(한미훈련) 중단을 더욱 강하게 요구할 개연성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북한의 호응 여부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북한은 남측의 종전선언 제안에 “흥미 있는 제안(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라면서도 “불신 요인을 그대로 두고 종전선언을 한다 해도 적대적 행위들은 계속될 것(김정은 국무위원장)”이라며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철회를 계속 선결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반면 정 장관은 이날 국감에서 “북한이 대화에 응하면 (대북제재 해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한미가 종전선언에 관해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있으나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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