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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식 軍 조직관리

입력
2021.10.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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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일 오후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 관련 발언에 대한 사과 의향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일 오후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 관련 발언에 대한 사과 의향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뉴시스

5·16 쿠데타 2년 뒤인 1963년 출간된 '한국군사혁명사'는 군의 관리 능력이 민간의 능력보다 10년 이상 앞섰다고 기술하고 있다. 쿠데타 합리화를 엉뚱하게 군의 선진적 조직, 관리능력에서 찾으려는 시도였다. 정치가 후진적인 제3세계에서 군이 직접 통치자로 나설 때 이런 명분을 댄 사례는 많다. 부재한 당시 시민사회에 비해 전쟁 등을 겪은 군이 과대 성장한 것도 사실이다.

□ 60~70년대에는 상대적으로 유능한 인재들이 장교집단을 구성하고 해외 유학생도 군이 민간을 앞섰다. 80년대 들어선 군의 조직관리 우위도 상쇄되고 민간이 앞서기 시작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새삼 이런 군의 조직관리를 거론했다. 그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면서 "이분은 군에서 조직관리를 해봤기 때문에 (전문가에게) 맡겼다"고 했다. 자신의 자질 공세를 피하려고 '전두환식 조직관리'를 소환한 것이다.

□ 독재를 위해 전문가를 동원하고 권력을 사유화한 전씨의 공과를 분리해 평가하는 일은 적절하지 않다. 더구나 군에서 습득됐을 전씨의 조직관리 능력이 사실이라 해도 '부적합' 리더십이다. 군대식 조직관리, 리더십은 80년대에는 유효했을지 모르나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산업화 과정에서 성장의 리더십, 민주화 시대에는 투쟁의 리더십이 요청됐다면 이제는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외교와 안보, 경제가 동시에 맞물려 돌아가면서 대통령의 능력과 식견은 더 중요해졌다.

□ 개인이 경험한 역사를 말하는 것은 도전적인 일이다. 사건에 대한 시선은 다층적이고, 왜곡되거나 부정확한 기억들도 많다. 뒤집어 말하면 한 개인의 발언을 통해 그가 어떻게 지금에 이르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일례로 전씨 집권 시절 사람들은 입신(立身)보다 민주화가 먼저란 상념에 잠겨 있었다. 윤 후보처럼 사법시험에 뛰어드는 데도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역사학자 이언 커쇼는 역사에 대해 언급하려면 상세한 지식과 그것을 소화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윤 후보는 그 두 가지 모두 필요해 보인다.

이태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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