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집행위 "법적·재정적·정치적 제재" 경고
폴란드 총리 "EU 협박 용납 안해" 강력 반발
폴렉시트 우려 선긋기… EU 처벌도 미지수
‘유럽연합(EU)법 지위’ 문제를 놓고 정면 충돌을 빚었던 EU와 폴란드 간 갈등이 이제는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급기야 EU집행위원회는 EU법과 배치되는 자국법을 우선시하는 폴란드를 향해 공개적으로 ‘제재 의지’를 표방하며 최후통첩을 날렸다. 경제회복기금 지원 보류, 투표권 제한 등 구체적 방안까지 거론했다. 폴란드는 “EU의 협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다만 폴란드의 EU 탈퇴(폴렉시트ㆍPolexit) 가능성에는 선을 긋는 모습이다.
19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은 이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유럽의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폴란드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EU의 법질서 통합에 대한 직접적 도전”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EU 공통의 가치가 위험에 처하도록 해선 안 되며, 그렇게 되도록 놔두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폴란드의 EU법 위반 행위에 맞서 행동할 것”이라며 “EU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에 폴란드 정부를 제소하거나, 폴란드에 대한 EU 기금 지원을 보류할 수 있고, 최후 수단으로 리스본조약 7조를 발동할 수도 있다”고 경고장을 날렸다. 리스본조약 7조는 EU의 근본 가치를 거스르는 회원국에 대해선 투표권 박탈 등 권리 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양측 간 대립은 이달 7일 폴란드 헌재가 “EU법보다 국내법이 우선한다”고 결정하면서 불붙었다. 앞서 EU는 극우 성향인 법과정의당이 집권한 폴란드 정부가 법관 인선 권한을 가진 국가사법위원회 위원 일부를 법무장관이 지명할 수 있도록 한 데 대해 “사법부 독립성 침해”라며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폴란드 헌재는 “EU의 조치는 내정 간섭이며, 우리나라에선 우리 헌법이 앞선다”고 판단했다. 사실상 EU에 대한 ‘반기’였다.
이날도 충돌은 이어졌다.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의 ‘선제 공격’에 대해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폴란드 정부에 대한 EU 집행위의 비판은 불공정하고 편파적”이라면서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특히 “(EU 측이) 재정적 불이익을 언급한 건 용납할 수 없다. EU 정치인들이 폴란드를 협박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며 강력한 대응도 예고했다.
당분간은 EU와 폴란드의 대립이 계속될 전망이다. 2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럽의회 정상회의에서 양측은 또다시 맞붙는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유럽은 “앞선 회의와 마찬가지로 논쟁은 결론에 이르지 못할 것”이라며 “악감정은 깊어지고 싸움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폴란드 헌재 결정에 대해 ‘폴렉시트로 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는다. EU 통합의 근간인 ‘법치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는 이유다. 그러나 현실화 가능성은 떨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모라비에츠키 총리도 “폴란드가 EU를 떠날 것이라는 거짓말을 더는 퍼뜨려선 안 된다”며 “우리는 EU에 있고 EU에 속하며 아무 데도 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폴란드 내부 여론도 ‘폴렉시트 반대’가 압도적이다. 10일 수도 바르샤바에서만 10만 명이 운집해 이 같은 목소리를 냈다.
EU 집행위의 ‘처벌’이 실제 집행될지는 미지수다. 폴리티코유럽은 “회원국 과반수 찬성으로 EU 지원금 지급 보류 결정이 가능하지만, 공식 서면 통지부터 표결까지 5~8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짚었다. 리스본조약 7조 발동도 회원국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한데, 폴란드의 우군인 헝가리가 반대할 게 뻔하다. 매체는 “결국 폴란드나 헝가리에서 정권이 바뀌어야만 갈등이 해소될 것”이라며 “헝가리는 내년 봄 총선을 치르고, 폴란드에선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을 지냈던 도날드 투스크 전 총리가 야권 규합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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