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르면 연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협상을 개시한다. 정부는 그동안 미국이 CPTPP에 불참한 상황에서 한국만 참여할 경우, 예상된 무역수지 악화 우려에 참여를 미뤄 왔다. 하지만 중국과 대만이 최근 가입 의사를 밝히면서 분위기가 반전된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25일 열릴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CPTPP 가입에 필요한 국내 절차 개시를 결정할 예정이다. 공청회와 정부 내 승인, 국회 보고 등의 절차로 소요될 1, 2개월가량의 시간을 감안하면 이르면 연내 가입 협상 개시도 가능할 것이란 게 정부의 판단이다. CPTPP는 지난 2017년 당시 트럼프 미 행정부가 기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하자 일본과 멕시코, 싱가포르 등 11개국이 체결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전 세계 총 교역량의 15%를 차지한다.
정부는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 지난해 4월부터 CPTPP 가입 여부를 검토해왔지만 지금껏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앞서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2018년 내놓은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핵심 수출시장인 미국이 참여하는 TPP에선 한국이 266억 달러의 경상수지 개선을, 미국이 없는 CPTPP에 가입하면 79억 달러의 경상수지 감소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미 행정부는 출범 초기 CPTPP 가입을 시사했지만 현재까지 이와 관련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어, 우리 정부의 가입 결정에도 어려움이 뒤따랐다.
그랬던 정부의 입장은 최근 중국과 대만의 잇따른 CPTPP 가입 신청 움직임으로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CPTPP 회원국들이 중국이나 대만과 가입 협상을 개시하긴 쉽지 않다. 대만과 진행할 경우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중시하는 중국과 관계가 틀어지고, 중국과 진행하면 대만을 지지하는 미국의 눈치를 봐야 해서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는 지금 시점에 한국의 CPTPP 가입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지 않으면 중국과 대만 다음의 후순위로 밀려 가입 시기가 요원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중국의 CPTPP 가입 이후에 한국이 협상을 시작하는 건 손해다. CPTPP 가입은 회원국의 동의가 필요해 협상 과정에서 우리나라와 밀접한 경제관계에 놓인 중국에 관세철폐 범위와 수준 등에서 많은 것을 양보해야 할 수 있다. 정부는 대만과 FTA 체결도 이번 기회에 해결한다는 복안이다. 대만은 교역 규모 면에서 우리나라의 6위에 올라 있지만, 지금껏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양자 FTA를 체결하지 못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대만과 한국이 함께 CPTPP에 참여하면 양자 FTA 체결 효과가 발생한다”며 “다자간 무역체제라는 점에서 우리나라가 중국 눈치를 덜 봐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내에선 최근 우리나라의 CPTPP 가입 효과를 재분석한 결과 미국의 참여 없이도 무역수지가 상당 부분 개선된다는 결론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1월 한국을 비롯해 중국과 일본, 아세안 10개국 등 총 15개국이 참여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체결로 우리나라의 수출시장이 크게 확장됐기 때문이다. 한 통상 전문가는 “미국이 CPTPP에 참여한다고 결정하면 자국에 유리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규정들을 반영한 새로운 형태의 ‘CPTPP 플러스(+)’를 만들려고 할 것”이라며 “한국이 먼저 CPTPP 회원국이 된 뒤 이런 미국과 협상해나가는 게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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