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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의 맥락 허물기

입력
2021.10.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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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국민의힘 윤석열(오른쪽), 홍준표 대선 경선 후보가 1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1대1 맞수토론이 시작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윤석열(오른쪽), 홍준표 대선 경선 후보가 1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1대1 맞수토론이 시작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현시점에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토론회의 승자는 홍준표 후보인 듯하다. 막말과 성차별 발언 전력으로 상처 입지 않고 지지율이 올랐다. 윤석열 후보는 예상과 달리 정책 역량이 아닌 무속 논란 등으로 고전했다. 15일 두 후보의 맞수토론에선 홍 후보가 도덕성을 따지고 윤 후보가 정책 토론을 요구했다. 윤 후보는 무상급식,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 여성할당제 등에서 홍 후보가 오락가락한 점을 공략했으나 반박 능력이 부족해 홍 후보의 해명만 듣고 끝났다.

□ 홍 후보는 공격을 받으면 눙치기로 피하고 반문으로 역공한다. 11일 토론회에서 원희룡 후보가 “매년 3%씩 성장해도 임기 내 국민소득 5만 달러는 불가능하다”고 공약 허점을 짚자 홍 후보는 “계산 안 해 봤다”며 웃어 넘겼다. 원 후보는 “정부별 평균 성장률이 1%포인트씩 하락해 지금 2%인데 어떻게 3%로 올리느냐” “일감 없이 고용주도성장이 가능한가”라고 이어 물었다. 이 중대한 질문을 홍 후보는 “원 후보는 그렇게 해서 제주도 경제가 좋아졌냐”라고 떠넘겼다. 홍 후보의 당대표 시절을 비판한 윤 후보에겐 “그때 당신은 뭐했냐”라고 역공했다.

□ 맥락 자체를 허물어 예상을 뒤엎음으로써 고조된 긴장을 터뜨리는 것은 유머·개그의 기술이다. 홍 후보의 엉뚱한 답변에 시청자나 질문한 사람마저 종종 웃음을 터뜨리는 이유가 그것이다. 이렇게 해서 홍 후보는 인간적이라는 평을 얻었을지 모르나 대선 토론회가 다뤄야 할 중요한 이슈를 묵살하고 예능화한다. 핵공유, 경제성장, 연금개혁 등을 놓고 내실 있는 토론을 벌인 것은 유승민·원희룡 후보의 맞수토론이었으나 대중의 관심은 '재미있는' 쪽으로 쏠렸다.

□ 2017년 대선 때 비호감도가 극에 달했던 홍 후보가 2022년 대선을 앞두고 20대가 선호하는 후보가 된 것은 어쩌면 세상이 달라진 탓이다. 여당 인사 등 기득권층의 위선과 내로남불에 질린 유권자들은 홍 후보를 솔직하고 유머러스한 사람으로 보기 쉽다. 국민의힘이 젠더 갈등을 이용하는 국면이다 보니 그의 성차별적 인식도 큰 흠으로 부각되지 않는다. 미래지향적 정치, 보수의 변화를 기대하는 유권자에겐 씁쓸한 현실이다.

김희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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