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문해교실에서 한글 깨친 어르신들
평생 못 배운 한, 시화로 승화…
경북도 문해한마당에서 시화전·시 낭송
“글 모르는 서러움, 아세요? 말도 못 해요. 내 이름자 석 자도 못 쓰다가 이제 시도 쓰고 그림도 그리니, 정말 인생 다시 사는 기분입니다.”
평생 한글을 배우지 못한 게 천추의 한이 된 지역 어르신들이 ‘가을 예술제’의 주인공이 됐다. 18일 경북 안동시 경북도청 다목적홀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열린 ‘2021년 경북도 문해한마당’. 어르신들은 12일 시작한 시화전에 이어 시 낭송까지 하며 평생 가슴에 쌓인 응어리를 풀어냈다.
이날 자리를 함께한 어르신들은 가난 때문에, 또는 남녀 차별로 인해 학교 문턱을 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식들이 보내온 편지조차 읽지 못해 이웃에 부탁하곤 하다 뒤늦게 나섰다. 지자체나 복지관, 경로당 등에서 개설한 성인문해교육프로그램에 등록, 한글을 깨쳤다. 일부는 검정고시로 초등학교 중학교 과정에 도전한 경우도 있다.
경북도는 도내 문해교육 기관이 추천한 시화를 대상으로 엄정한 심사를 거쳐 △강봉지(90·어이할노·안동) △김계선(70·동생 걸음마·안동) △윤태암(95·만나야지·의성) 3명을 대상(경북도지사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또 특별상(경북도의장상·경북도교육감상)에 강정자(80·너무 좋아·포항)씨 등 4명, 최우수상(경북도인재평생교육진흥원장상) 4명 모두 11명을 시상했다.
또 지난 8월 ‘2021년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서 최우수상(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상)을 받은 심순기(69·안동)씨 등 6명에 대한 상장도 이날 전달됐다.
경북도 및 전국시화전 수상작을 비롯한 출품작 58점은 12일부터 이날까지 경북도청 로비에서 전시됐다. 꿈, 나의 이야기, 팔순 넘어 공부라니, 어머님 그립습니다 등 일상과 지난 세월을 돌아보는 내용의 작품이 많다.
시상식이 끝난 뒤 심순기씨는 “나도 선생님이 있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 얼마나 간절히 소망했던가. 사과 농사만 짓던 나에게 드디어 선생님이 생겼다”로 시작하는 ‘내 인생의 첫 번째 선생님’을 낭송해 참석자들을 뭉클하게 했다.
시화전과 시상식 이후에는 보다 효율적인 운영을 위한 성인문해교육 사례 발표와 문해 대토론회가 이어졌다. 허준 영남대 교수가 좌장을 맡아 위드 코로나 시대에 경북 문해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전문가 토론회가 펼쳐졌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어르신이 살아오신 인생이 시고, 어르신이 시인”이라며 “어르신들이 한글공부를 디딤돌 삼아 평생 공부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지속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도는 교육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글교육’ 이외에 금융, 정보화, 보건, 문화교육 등 ‘생활문해교육’ 지원을 확대해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다양한 평생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습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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