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전역' 당한 군인에 15억 연금 지급
군, ‘이자 8억은 잘못 줬다’며 환수 고지
법원 “법령상 환수 근거 없어” 유족 승소
군 당국이 1973년 ‘윤필용 사건’으로 강제 전역 당한 퇴역 군인에게 지급했던 연금 일부를 돌려달라고 유족에게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법원은 착오로 지급된 이자였다고 해도,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유족 재산권을 침해해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
18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 한원교)는 퇴역 군인 A씨의 유족이 “이미 지급한 군인연금을 환수하는 처분을 취소하라”며 국군재정관리단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1957년 소위로 임관해 군 생활을 해온 A씨는 대령으로 복무하던 1973년 4월 전역지원서를 내고 전역명령을 받았다. 그러나 40여년 뒤 A씨는 "사실은 당시 ‘윤필용 내란음모 사건’으로 보안부대에 사흘간 감금된 상태로 전역 지원서를 썼다"며 전역명령 무효 소송을 내 2017년 승소 판결을 받았다.
‘윤필용 사건’은 1973년 윤필용 수도경비사령관(소장)이 술자리에서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에게 "박정희 대통령은 노쇠했으니 형님이 후계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가 쿠데타설(說)로 번진 일이다. 보안사령부는 당시 사건을 조사하며 윤필용 소장과 인연이 있던 장교들에게 전역 지원서를 쓰도록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A씨도 강제 전역 당했다는 점이 재판을 통해 인정된 것이다.
국방부는 A씨에 대한 기존의 전역명령을 취소하고, 1981년을 전역일로 하는 새 전역명령을 내렸다. 또 늘어난 복무 기간에 따라 2018년 1월 원금 7억 원과 이자 8억6,000만 원의 퇴직연금을 지급했다.
문제는 국군재정관리단이 ‘법령상 이자는 별도 지급할 규정이 없는데도 착오로 지급했다’며 이자를 되돌려 받겠다고 고지하면서 불거졌다. A씨가 2019년 2월 사망하면서 환수 통보를 받게 된 유족은 처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소송을 냈다.
법원은 이에 대해 유족 손을 들어줬다. 환수 사유가 발생한 시점이 군인연금법 개정 전이었기 때문이다. 2019년 개정된 군인연금법에는 잘못 지급된 연금 환수대상에 ‘상속인’도 포함됐지만, 개정 이전엔 관련 문구가 없이 ‘급여를 받은 사람’만 환수대상으로 규정했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급여를 직접 지급받지 않은 상속인에게 환수 처분을 하는 것은 침익적 행정처분”이라며 “상속인에게 잘못 지급된 급여의 환수처분을 하기 위해선 법령상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망인(A씨) 사망 후 배우자는 한정승인, 자녀는 상속포기를 한 점에 비춰보면 망인은 사망 전에 퇴직연금 전액을 적법하게 수령할 권한이 있다고 믿고 대부분 소비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자를 환수하는 것은 원고들의 재산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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