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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참가자와 오징어의 공통점, 차이점 

입력
2021.10.19 05:30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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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세포의 '축삭', 오징어는 사람보다 굵지만
사람은 '말이집'으로 효율적인 신호 전달 가능

편집자주

일상 속 생명과학 이야기가 격주 화요일 <한국일보> 에 찾아옵니다. ‘여행하는 과학쌤’이란 필명으로 활동 중인 이은경 고양일고 교사가 쉽고 재미있게 전해드립니다.


넷플릭스에서 공개돼 전 세계 시청자를 열광시킨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 속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에서 공개돼 전 세계 시청자를 열광시킨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 속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오징어 게임'이 뭐길래 어딜 가나 관련된 이야기가 들려온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뽑기' 등 추억의 놀이를 소재로 한 서바이벌 드라마인데 정작 제목인 '오징어 게임'이 너무 생소했다. 자세히 찾아보니 바닥에 그린 놀이판이 오징어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가벼운 명칭과는 다르게 세부적인 놀이 규칙은 복잡했다. 제대로 게임을 하려면 강한 힘과 순발력, 그리고 팀별 전략도 필요해 보였다. 오징어의 몸통 안에서 게임 참가자들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여러 영상들을 보고 있자니 오징어의 신호 전달 과정이 연상됐다.

오징어는 신호를 빠르게 전하기 위한 거대 '축삭(軸索)'을 가지고 있다. 카멜레온처럼 주변 환경과 비슷해 보이는 무늬와 색으로 순식간에 변하는 갑오징어의 재빠른 반응 속도 역시 이 거대한 축삭 때문이다. 축삭은 신경세포에서 길게 뻗어 나온 가지 형태의 돌출 부위를 뜻한다. 단순히 돌출이라고 하기에는 그 길이가 굉장히 긴데, 오징어의 일부 축삭은 뇌부터 몸통 끝까지 뻗어 있고 사람의 어떤 축삭은 척수부터 발가락 끝까지 이어져 있다. 축삭 때문에 한 개의 신경세포 길이가 어마어마하게 길어지는 것이다. 생명체 내에서 먼 거리로 신호를 전달할 때 여러 개의 세포를 거치는 것보다 하나의 세포 안에서 신호를 보내는 것이 빠르기 때문에 신경세포는 이렇게 특이한 구조를 가진다.

오징어의 축삭이 더욱 특별한 까닭은 길이 때문이 아니라 두께가 굵기 때문이다. 사람을 포함한 대부분의 생명체들이 갖고 있는 축삭은 현미경을 통해 겨우 관찰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얇지만 오징어의 축삭은 지름이 1㎜나 돼 육안으로도 보일 정도다. 실제로 과학자들은 오징어의 거대 축삭을 이용해 신경세포의 신호 전달에 대해 연구할 수 있었다. 양전하를 띠는 나트륨 이온이 세포 안으로 들어오면서 일어나는 전기적인 변화가 신경세포의 신호인데, 축삭의 세포막 곳곳에는 나트륨 이온이 출입할 수 있는 통로들이 있어서 효과적으로 신호가 전해진다. 이렇게 이온이 출입하면서 신경세포 내부에서 전기적 신호를 전하는 과정을 '전도'라고 한다. 이때 축삭이 굵을수록 이온들이 덜 충돌해 전기적 저항이 작아지기 때문에 전도 속도가 빨라진다.

신경세포에서 길게 뻗어 나온 가지 형태의 돌출 부위가 축삭인데, 오징어의 축삭은 길기도 하지만 지름이 1㎜나 될 정도로 굵다. 게티이미지뱅크

신경세포에서 길게 뻗어 나온 가지 형태의 돌출 부위가 축삭인데, 오징어의 축삭은 길기도 하지만 지름이 1㎜나 될 정도로 굵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렇다면 오징어보다 얇은 축삭을 갖고 있는 사람은 신경세포의 전도 속도가 굉장히 느린 것일까. 결론은 그렇지 않다. 사람을 비롯한 몇몇 생명체들은 축삭의 굵기를 늘리는 대신 다른 방법을 선택했다. 절연체 역할을 하는 또 다른 세포를 이용해 축삭의 군데군데 이온이 출입할 수 없도록 감싼 것이다. 이 부분을 '말이집'이라고 하는데 말이집 부분을 건너뛰고 신호가 전해지기 때문에 전도 속도가 빨라진다. 사람은 말이집을 이용한 덕분에 오징어보다 얇은 축삭을 가지고도 살아남기에 충분한 반응 속도를 보이며 체내 공간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오징어 게임의 참가자들이 적절한 순간에 힘을 쓰거나 몸을 피할 수 있는 것도 복잡하지만 효율적으로 뻗어 있는 체내의 신경세포 덕분이다. 놀이판의 오징어 몸통을 쏘다니며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처럼 오징어와 우리의 몸속에서는 오늘도 생존을 위해 이온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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