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상계 내부 사정 잘 아는 빙상인 A씨의 폭로
'욕설·고의충돌' 심석희, '도청' 의혹에
"다른 선수도 도청...직접 목격하고 듣기도 했다"
"선수의 비방에 동조한 지도자가 가장 큰 문제"
2018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의 '동료 욕설'과 '고의 충돌' 논란에 이어 추가로 도청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당시 선수들의 도청이 비일비재했다"는 빙상계 내부의 주장이 나왔다. 그 이면에는 빙상계의 뿌리 깊은 병폐인 파벌이 근본 원인으로 꼽혔다.
빙상계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빙상인 A씨는 14일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 하이킥'에서 "심석희 선수의 도청 의혹이 그렇게 새롭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올림픽) 당시 선수들과 코치 사이에 믿음이 그렇게 많지 않았었고, 심석희 선수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녹취를 한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당시 팀 상황에서는 그게(도청이) 비일비재한 상황이었다고 알고 있다"고도 했다.
'직접 목격한 것인지, 직접 경험한 분한테 들은 건지, 어떤 근거로 말한 것인가'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A씨는 "직접 목격도 했고, 듣기도 했다"며 "(구체적인) 그 상황까지는 제가 말씀드리긴 좀 어렵다"고 털어놨다.
이어 "(당시) 상황이 선수들 간에도 그렇고 지도자들 간에도 굉장히 믿음이 별로 없었다"며 "그래서 조재범 코치와 소수 선수들만의 다른 단톡방이 있었다는 것도 알고 있다. 믿음이 없으니까 계속 선수들 사이에서는 녹취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심석희 선수와 (욕설을 주고받은) 다른 C코치 간 카톡만 아니라 조재범 코치와 다른 선수들끼리도 단톡방이 또 있고 이런 식으로 여러 단톡방들이 끼리끼리 있었다는 뜻인가'라는 추가 질문에 A씨는 "그렇다"고 했다.
앞서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는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인 2018년 2월 20일 도청 정황이 담긴 심석희와 C코치의 카톡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심석희가 1,000m 예선을 통과한 후 C코치가 "첫 진출을 축하한다"고 하자 심석희는 "응, X나 감격. 최민정이 감독한테 뭐라고 지껄이나 들으려고 락커에 있는 중. 녹음해야지 XX"라고 보냈다. 또, 3000m 계주 결승의 출전 순번에 관해 얘기하면서 "핸드폰 녹음기 켜놓고 라커룸에 둘 거니까 말조심하고 문자로 하자"고 말했다. 심석희는 "지금 라커룸에 유빈(이유빈), 나, 민(최민정), 세유(박세우 코치) 이렇게 있는데 내가 나가면 계주 이야기를 할 각. 그래서 안 나가는 중. 그냥 나가고 녹음기 켜둘까"라고 물었고, C코치는 "응"이라고 말했다.
"한체대·非한체대 파벌로 훈련·경기서 피해 안 보려 선수들 녹음"
아무리 선수와 코치 간 관계가 좋지 않더라도 국가대표들이 도청 녹음까지 하게 된 원인으로 A씨는 파벌 문제를 꼽았다. 그는 "지금은 소위 '라인'이란 게 없어졌지만, 그 당시만 해도 소위 한체대 라인의 힘이 굉장히 강했을 때"라며 "한체대 라인과 비한체대 라인 간 사이가 좋지 않아 본인들이 피해를 받을까 봐 몰래 녹음한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치와 선수 단톡방이 있다는 걸 선수들이 모를 리는 없다"며 "그러다 보니까 거기(단톡방에) 속하지 않은 선수들은 괜히 내가 경기나 훈련에서 피해를 보고 안 좋게 공격을 당할까 봐 녹취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A씨는 심석희 선수가 최민정 선수와 일부러 충돌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그는 "그런(브래드버리 만들자는) 문자가 나왔기 때문에 충분히 고의충돌이라는 의혹이 나오는 건 사실이지만, 쇼트트랙 종목 특성상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데다 짧은 순간에 여러 가지를 판단해야 되는 상황이 굉장히 많고, 특히 1,000m 같은 경우가 그렇다"며 "이런 경기의 충돌 상황에서 고의충돌까지 생각하기는 힘들지 않았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고의 충돌 의혹 "가능성 없지 않지만, 올림픽서 했을 가능성 낮아"
또 "선수들 간에 갈등, 라인 간 알력 등으로 인해서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고의 충돌도 있을 수 있지만, 과연 그 짧은 순간에 그런 판단을, 올림픽이라는 대회에서 할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A씨는 지도자의 자질과 행태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선수가 (동료를 비방한) 문자를 보내고,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도 굉장히 잘못됐지만, 그런 대화를 한 지도자의 문제가 가장 크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지도자가 심석희 선수만의 개인 트레이너나 개인 코치가 아니라, 한 팀을 이끌고 대한민국이란 팀을 이끌고 올림픽 무대를 섰다"면서 "그런데 같은 팀 선수와 지도자를 비방한다, 그리고 선수가 비방하는 걸 동조한 것 자체가 지도자로서 자격이 없다고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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