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民心) 감수성이 겨우 이 정도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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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심(民心) 감수성이 겨우 이 정도면

입력
2021.10.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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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
이준희한국일보 고문


대장동 개발 더는 치적이라 말할 수 없어
부동산 현실에 대한 분노가 민심의 근원
“나는 잘했다” 아니라 진심어린 사과부터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수사가 돌연 본격화했다. 대통령의 지시가 떨어지면서다. 권력의 의중을 살피는 검찰의 행태는 변하지 않았다. 오랜 경험상 수사 전개를 예측하기는 어렵지 않다. 조속한 마무리로 대선에 미칠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보수진영을 포함한 반(反)이재명 측이 바라는 결과는 나오지 않을 개연성이 크다.

그렇지 않아도 이재명 후보(이하 생략)를 직접 엮을 만한 정황은 아직 나온 게 없다. 법적으로 가능한 혐의는 뇌물과 배임이다. 청렴, 반부패를 트레이드마크 삼아온 그의 수뢰는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첫 언명이 “1원이라도 나오면”이었을 만큼 이 대목엔 자신 있다는 뜻이다. 배임도 유동규 등에게서 공모 진술이라도 나와야 가능하다. 반대자들로서는 못마땅하겠지만 현재로선 주관적 판단을 배제한 현실적 예측이다.

법적으로야 어떻든 대장동 개발은 그의 자찬처럼 “민관 공동개발의 절묘한 아이디어”에 의한 “단군 이래 최대 공익환수 사업”의 치적일 수는 없게 됐다. 도리어 절묘한 아이디어로 민간업자들에게 단군 이래 최대 투자수익을 안겨준 사업이다. 그걸 가능케 한 건 민영개발에 공공의 외피를 씌워준 이재명 시장의 성남시다. 더욱이 유동규, 김만배 등이 다 주변에 어른거리던 인물들일진대.

이 때문에 그는 이미 국민선거인단 투표에서 치명상을 입었다. 입에 올리기도 민망한 온갖 추문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그를 가장 유력한 대권후보로까지 끌어올린 동력은 ‘반기득권 투쟁가’이자 ‘유능한 행정가’의 이미지다. 대장동 의혹은 이 두 버팀목을 여지없이 허물었다. 그가 설계하고 집행한 행정 틀 안에서 기득권자들이 야합한 난장판이 벌어진 것이다.

그래서 이 사건은 조국 사태와 닮았다. 조국 일가의 범법행위는 기득권 계층에 일반화한 대단치 않은 사안일 수도 있었다. 다만 그토록 많은 이들을 분노케 한 것은 공정, 정의, 도덕을 입에 달고 살아온 바로 그였기 때문이다. 지금 이재명을 향한 일반의 실망, 배신감 역시 기득권 혁파자로, 서민을 위한 유능한 행정가로 믿어온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이재명은 이런 민심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도의적 책임”은 마지못한 수사(修辭)일 뿐 여전한 정면돌파 의지는 본인의 과(過)를 추호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나는 오히려 잘했다”라는 식의 고집은 이 정권의 부동산 실정으로 억장이 무너지고 미래를 박탈당한 국민과 싸움을 벌이는 격이다. 유연성 없는 정면돌파는 정적과의 싸움에서나 유용할 뿐 전체 국민을 상대해야 하는 집권여당 대선후보의 전략으로는 자해적 하수다.

더구나 ‘국힘게이트’ 같은 네이밍은 거부감만 키운다. 사건에 직간접으로 얽힌 관련자들은 기득권자로 통칭할 수 있을지언정 정파 구분이 힘들 만큼 뒤엉켜 있다. 열성 지지자들이나 정파싸움으로 몰고 싶어할 뿐이다. 어떻든 이 사건은 수사와 상관없이 대선까지 끈질기게 그를 괴롭힐 것이다. 현재의 태도라면 그는 실익도 없이 대장동 주변의 기득권 토건적폐 세력과 그다지 멀어 보이지 않는 이미지로만 남을 것이다. 혹 억울해도 그게 민심이다.

그러므로 충고하자면, 더는 화를 드러내지 말고 국민 앞에 깊이 허리를 숙이기 바란다. “세심하게 살피지 못해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큰 상처와 손해를 입혔습니다. 책임을 통감하고 깊이 사과드립니다. 이 일을 거울 삼아 반드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겠습니다.” 이게 대장동 늪을 헤치고, 국민의 분노를 다스리는 일의 출발점이다. (그래도 수사 결과는 두고볼 일이지만)

대통령이 되겠다는 이의 민심 감수성이 이 정도에도 미치지 못한다면 기대할 게 별로 없을 것이다.

이준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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