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개 역 '안전보호벽' 수동 개폐 장치 없어
2016년 고장 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가 진입하는 전동차에 끼여 사망한 ‘구의역 김군 사건’ 이후에도 서울시가 민자업체와 스크린도어 안전 확보에 필요한 구조개선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협약을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전불감증이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감사원이 14일 공개한 ‘철도 승강장 안전보호벽 안전관리 관련 공익감사청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역 등 23개 역 스크린도어 안전보호벽 1,840개에 수동 개폐 장치가 없었다. 안전보호벽은 스크린도어를 잇는 유리벽으로 열차, 화재 등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탈출구’ 역할을 한다. 국토교통부는 안전보호벽을 언제든지 수동으로 열고 닫을 수 있도록 지침으로 규정해 놨다.
하지만 강남역, 홍대입구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역사의 안전보호벽 대부분에는 광고판이 부착돼 있어 수동 장치 설치가 불가능했다. 감사원은 “화재 등 지하철 사고가 날 경우 인명피해가 커질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는 서울시가 2017년 1월 국토부의 스크린도어 구조개선 권고를 거부한 결과다. 시가 구의역 사건이 일어난 뒤 2016년 11월 서울지하철 1~4호선 민자 스크린도어 운영업체 A사와 맺은 협약이 문제가 됐다. 당시 서울시 측이 주도한 태스크포스(TF)가 A사와 협약 변경을 진행하면서 “국토부의 안전보호벽 개선요구에도 불구하고”라는 문구를 넣어 권고를 거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시는 안전보호벽 교체 명목으로 국고보조금 223억 원도 받아 챙겼지만 협약 탓에 실행에 옮기지 못했고, 상당액의 보조금을 반납했다.
스크린도어 관리가 허술하기는 국토부도 마찬가지였다. 국토부는 2017년 1월 ‘승강장안전문 안전종합대책’을 마련해 안전보호벽 개선을 추진했다. 하지만 별다른 이유 없이 지상역과 승객이 탑승하지 않는 비승차구역의 안전보호벽은 개선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 결과,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운영하는 용산역 등 76개 역의 안전보호벽 5,557개가 열리지 않게 됐다. 감사원은 국토부에 철도안전관리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주의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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