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9월 소비자물가 전년比 5.4% 상승
中 생산물가도 25년 만에 최대 상승
고공행진 인플레에 '돈 줄 죄기' 시작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유동성 공급을 축소하는 조치인 '테이퍼링'을 이르면 다음 달 중순 시작할 뜻을 밝혔다. 전 세계적인 공급망 대란 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박을 더 이상 두고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재차 속도가 붙는 등 인플레이션 장기화는 가능성에서 점차 현실이 돼 가고 있는 형국이다. 연준의 테이퍼링 시작에 따라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본격화된 미국의 무제한적 돈 풀기는 사실상 내달부터 종료 수순에 돌입하게 된다.
연준 "이르면 11월 중순 테이퍼링"
13일(현지시간) 연준이 공개한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다수의 FOMC 위원들은 "본격적인 테이퍼링 절차가 오는 11월 중순이나 12월 중순 시작될 수 있다"고 밝혔다. 매달 1,200억 달러(약 143조 원)씩 사들여온 채권 규모를, 미 국채의 경우 100억 달러씩 주택저당증권(MBS)은 50억 달러씩 8개월에 걸쳐 축소한다는 방안도 논의됐다.
지난달 FOMC 직후 제롬 파월 의장도 "테이퍼링이 2022년 중순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해 사실상 테이퍼링 마무리 시점까지 구체적으로 밝힌 바 있다. FOMC에선 내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제기됐다. 당시 FOMC 위원 18명 중 9명이 내년 중 금리 인상을 전망했다.
심상치 않은 美·中 물가 압력
연준이 내년 금리 인상에 무게를 두게 된 건 전방위적인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의 사전조치라 할 수 있는 테이퍼링의 스타트를 올해 안에 끊기로 한 것도 시중 유동성 공급을 줄여 물가 상승 압력에 대응해야 한다는 다급함이 묻어 있다.
실제로 공급망 병목 현상 등으로 전례 없는 수준으로 치달은 인플레이션 공포는 지구촌을 휩쓸고 있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5.4% 올랐다. 5개월 연속 5%대 상승률로, 2008년 8월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6, 7월 연속 5.4%를 기록했다가 8월(5.3%) 다소 낮아졌지만, 두 달 만에 재차 5.4%로 올라섰다.
석탄과 원유 등 거침없이 치솟은 원자재 가격에 중국의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도 사상 최고치를 썼다. 14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9월 중국의 PPI는 전년 동월 대비 10.7% 상승해 시장 예상치(+10.5%)를 웃돌았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96년 이후 25년 만에 최고치다.
"물가 급등, 근로자들만 희생"
인플레이션 압력에 밀려 미국의 긴축 시계가 빨라질 것이란 우려에 13일 미국 2년물 금리가 0.366%까지 오르는 등 금리 인상에 민감한 단기물 금리도 오름세를 나타냈다. 반면 중앙은행의 긴축이 물가 압력을 낮출 것이란 전망의 영향이 반영된 10년물 금리(1.54%)는 내림세를 보였다.
최근 국제유가가 7년 만에 최고치를 치솟는 등 원자재 가격을 중심으로 한 물가 급등세는 경기 둔화 우려까지 부채질하고 있다. 소득은 제자리걸음인데 물가만 급격하게 오를 경우, 실질 소득이 깎이고 저축과 소비를 줄이기 때문에 갈 길 바쁜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설을 통해 "9월 CPI 자료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란 희망을 깨버렸다"며 "인플레는 실질 임금 하락을 경험하게 될 근로자들만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