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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에너지 위기 속에... 러시아 몸값 '천정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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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에너지 위기 속에... 러시아 몸값 '천정부지'

입력
2021.10.1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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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부터 석유, 석탄 등 영향력 행사
"러시아는 '에너지 대형마트'" 평가도

올해 8월 러시아 옴스크주에 위치한 국영 석유기업 가즈프롬의 자회사 '가즈프롬네프트-옴스크' 정유공장 전경. 옴스크=타스 연합뉴스

올해 8월 러시아 옴스크주에 위치한 국영 석유기업 가즈프롬의 자회사 '가즈프롬네프트-옴스크' 정유공장 전경. 옴스크=타스 연합뉴스

전 세계가 에너지 대란으로 몸살을 앓는 사이, ‘자원 부국(富國)’ 러시아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유럽 전기요금 인상의 ‘주범’ 격인 천연가스뿐 아니라 석유·석탄에 이르기까지, 각 연료의 공급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슈퍼 갑’ 자리마저 꿰찰 조짐이다.

로이터통신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화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완전히 허튼 소리다. 정치적 동기가 가미된 뒷담화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 ‘가즈프롬’이 각 계약에 따른 최대 공급량을 유지하고 있다. 유럽이 원한다면 언제든 공급량을 더욱 늘릴 준비도 돼 있다”고 덧붙였다.

유럽에서는 천연가스 가격이 연초 대비 400%가량 치솟으면서 ‘올해 겨울은 어느 때보다도 추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예고 없이 닥친 에너지 대란 탓인지,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의도적으로 천연가스 공급을 줄인 게 아니냐’는 의혹마저 일었다. 이날 푸틴 대통령 언급은 에너지 공급난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하며 자국에 의심의 눈길이 쏠리자 직접 반박에 나선 것이다. 다만 그의 ‘강한 부정’은 러시아가 전 지구적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우월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드러낸 셈이 됐다.

실제 러시아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화석연료 생산국이다. 전력 수요 상당수를 가스 화력발전에 의존하는 유럽의 경우, 천연가스의 40%를 러시아에서 공급받는다. 지구촌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러시아는 세계 가스 수출의 4분의 1(25%)을 담당한다. 푸틴 대통령 한마디에 글로벌 가스 선물 시장도 출렁인다. 에너지 전문가인 티에리 브로스 파리정치대 교수는 “유럽의 가스 위기는 러시아의 절대적 영향력을 보여 주는 것”이라며 “지금의 유럽 정전 사태를 막을 수 있는 사람도 푸틴이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시아 에너지주간'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모스크바=스푸트니크 A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시아 에너지주간'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모스크바=스푸트니크 AP 연합뉴스

러시아의 ‘권력’은 천연가스에 그치지 않는다. 원유와 석탄 등 전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러시아의 입김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자본 시장에서 “러시아는 ‘에너지 대형 마트”(헬리마 크로프트 RBC캐피털마켓 글로벌 상품전략책임자)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세계 3위의 다국적 에너지기업 BP의 연례통계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러시아의 석유 생산량은 콘덴세이트(초경질유)를 포함해 13.3%에 달한다. 원유 부국인 사우디아라비아(12.3%)보다도 많다. 유럽의 경우, 러시아산 석유가 전체 시장의 절반 이상(53%)을 차지한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러시아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정식 회원국이 아니지만, 유가 폭락 국면을 반전시키거나 가격 전쟁을 촉발하는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며 “세계 산유국 협의체의 ‘킹핀(kingpin)’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볼링 용어인 ‘킹핀’은 쓰러뜨리면 스트라이크가 될 확률이 높은 핀을 뜻하는데, 핵심을 지칭할 때 쓰이는 표현이다.

특히 러시아의 이 같은 위상은 올해 더 부각되고 있다. 호주산 석탄 수입 금지 조치로 전력난에 처한 중국에도 석탄을 수출하며 ‘에너지 키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는 분위기다. 컨설팅업체 IHS마킷의 다니엘 예르긴 부회장은 “에너지 초강대국으로서 러시아의 역할이 (에너지 대란으로) 한순간에 더욱 더 명확해졌다”고 평가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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