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챙기고, 항만 풀가동’...美 바이든, 공급망 대란 해소 총력전

바이든 대통령, 공급망 병목 해소 대책 회의 주재?
항만 관계자, 유통ㆍ물류 업체에 삼성 초청 눈길?
“미국 가정 72%는 삼성 제품 최소 1개 갖고 있다"
삼성 제품 공급 차질 빚을라... 백악관 특별 관심

지난달 2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페드로 로스앤젤레스항에 하역을 대기 중인 컨테이너선들이 밀려 있다. 산페드로=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항만 물류 대란 해소를 위해 직접 나섰다. 연방정부 교통부는 물론 항만 운영자 및 노조, 물류ㆍ유통 업체를 모아 회의를 열고 휴일 없는 24시간 운영 체제로 수입용 컨테이너 수송 대란을 풀어나가기로 했다. 특히 외국 업체 중에서는 유일하게 삼성을 초청, 남다른 관심을 쏟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미 서부 로스앤젤레스(LA)항·롱비치항 관계자, 국제항만창고노조 지도부 등과 화상회의를 가졌다. 전 세계 공급망 병목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회의였다. 이 자리에는 월마트, 타깃, 홈디포 같은 미국의 대표 유통 업체, 페덱스와 UPS 등 물류수송업체도 함께 했다. 최경식 삼성전자 북미총괄도 참석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의 후 연설에서 “몇 주간 협상 끝에 LA 항만이 하루 24시간 운영을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며 “이는 몇 주 전 롱비치 항만이 같은 운영 방침을 밝힌 데 이은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글로벌 공급망 병목현상 해소 방안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 태평양을 건너오는 물동량이 집중되는 캘리포니아주(州) 두 항구는 최근 수송 컨테이너선 대기 시간이 늘어나는데도 하역 작업을 멈추는 시간이 잦아 물류 차질이 빚어졌다. 연말 미국 최대 쇼핑 시즌에 대비한 수입 물량이 늘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하역 노동자는 줄어들면서 ‘컨테이너겟돈(컨테이너와 최후의 전쟁 혼란을 뜻하는 아마겟돈 합성어)’이란 표현까지 미국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미국 안팎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면서 물가 상승 압박이 가중됐고 인플레이션 지속 우려와 경기 침체 가능성도 고조돼 왔다. 바이든 행정부는 6월 ‘공급망 중단 태스크포스’를 발족해 제품 생산과 운송 공급망을 점검해왔다. 이번 합의로 화물을 항구에서 하역해, 철도와 도로 등으로 수송하고, 물건이 미국 내 소비자에게 도달할 수 있는 시간을 줄이게 됐다.

백악관은 설명자료에서 삼성을 거론하며 “미국 가정의 72%는 가전부터 전자기기까지 삼성 제품을 최소한 한 개는 갖고 있다”며 “삼성은 향후 90일 동안 주 7일 24시간 작업을 해 항구 내 컨테이너의 60% 이상을 옮기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미국 최대 쇼핑 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11월 26일)와 크리스마스 기간 인기가 많은 삼성 제품 공급이 차질을 빚을 경우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또 하나의 악재가 될 수 있다. 백악관이 삼성을 꼽아 공급망 회의에 초청하고 챙긴 이유다.

백악관은 또 “대형 기업들은 항구에서 더 많은 화물을 이동시키기 위해 (일하는) 시간을 늘릴 것이라고 발표하고 있다”며 “그 결과 배들이 해안으로 더 빨리 갈 수 있다”라고도 했다. 미국 내 항만이 다른 나라와는 달리 휴일과 야간에 작업을 멈추는 문제도 짚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가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은 공급망 지속 강화이고 연방정부 지원이 필요할 경우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하면서도 “만약 민간부문이 나서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들을 불러 행동하도록 요청할 것”이라고 경고 메시지도 남겼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ornot@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