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스포츠평론가 최동호의 분석
"3등 달리던 심석희, 메달 포기할 이유 없어"
"고의충돌 얘기 이후 구체적 계획도 안 보여"
"올림픽 기간에 팀 동료 욕설은 심각한 문제"
국내 대표적 스포츠평론가인 최동호씨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쇼트트랙 1,000m 결승에서 최민정 선수와 고의적으로 충돌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심석희 선수에 대해 "충돌 당시 3등으로 달려 메달의 가능성도 있었던 심석희 선수가 자신의 메달까지 포기하면서 의도적으로 함께 탈락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최씨는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 하이킥'(12일)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심석희 선수가 인코스로 달리고 있었고 최민정 선수가 아웃코스에서 추월하기 위해서 아웃코스로 스퍼트하면서 인코스로 파고 드는 장면에서 충돌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심석희는 자신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조재범 전 코치의 지난달 2심 재판에서 조 전 코치가 제출한 의견서 안에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다른) 코치와 주고받은 문자(카카오톡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고의충돌' 의혹이 나왔다.
여기에는 ①심석희가 올림픽 기간 도중 동료 선수들을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욕설, ②최민정 선수가 출전한 500m 결승전을 앞두고는 '중국 선수를 응원하겠다'는 문자, ③최민정과 함께 출전했던 1,000m 결승을 앞두고는 '브래드버리 만들자'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때문에 경기 도중 심석희와 최민정이 충돌했던 1,000m 결승에서 심석희가 일부러 충돌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브래드버리(호주)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남자쇼트트랙에서 안현수,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 리지아준(중국) 선수가 충돌해 넘어지는 바람에 꼴찌로 달리다 어부지리로 금메달을 딴 선수다.
그는 "자리싸움 과정에서 늘 신체 접촉이 있고, 바깥에서 선수가 치고 들어오면 안쪽에 있는 선수도 자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늘 신체반응이 일어나기 마련"이라며 "신체 반응에 고의성이 있다고 인정돼야지 의도적이었다고 할 수 있는데 경기장면을 보면 고의성이 있었다, 이 얘기를 쉽게 할 수 있는 장면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고의충돌로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로 구체적인 계획이 없었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문자 내용 중에 브래드버리 만들자라고 제안했고 이건 일종에 모의라고 본다면, 몇 바퀴째에 어느 지점에서 어떤 상황으로 만들어서 (충돌)해버리자 등의 구체적인 계획이나 그다음 이어지는 얘기가 없었다"며 "이런 점으로 보면 그냥 순간적으로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서 한마디 해버린 게 아닐까, 이런 추측이 좀 더 현실성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동료 욕설 심각한 문제, 원팀 아니었단 뜻...제재 안 한 코치도 문제"
그러나 대한민국 대표로서 '동료 비방' '중국 선수 응원' 등으로 국민을 공분하게 한 태도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씨는 "코치와 선수가 친분이 두터우면 사생활 얘기나 고민 상담도 하지만 다른 선수를 일방적으로 매도하고 비난하는 내용을, 더군다나 욕설까지 사용하는 문자로 주고받는 건 굉장히 이례적"이라며 "올림픽기간 중 함께 경기하면서 동료선수들을 비난한 건 문제가 있고, 이런 내용을 주고받으면서도 제재하지 않은 코치도 문제가 상당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 정도 수준의 심석희 선수와 해당 코치의 친분은) 그 외의 대표팀 동료 선수와 코치들하고는 가깝지 않았다는 뜻이 될 수도 있다"며 "이런 점으로 미루어 보면 대표팀이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원팀이 아니었다는 얘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의 대화가 빙상계 내 뿌리 깊은 파벌 문제와 연관됐는지를 묻는 질문에 최씨는 "친분 관계가 지연, 학연에 따라 갈라졌을 수 있고, 그렇다면 파벌로 볼 수도 있겠다"면서도 "당시 심석희 선수가 굉장히 특수한 상황이어서 특별히 심석희 선수에 공감해 줬던 분이었기 때문에 그런 관계가 형성됐을 수도 있다"고 판단을 유보했다.
"빙상연맹에 미운털 박힌 심석희, 공격받을 수도"
대한체육회는 15일 심석희에게 줄 예정이었던 대한민국 체육상에 대한 재심의에 들어간 가운데 빙상연맹은 조만간 전담팀을 꾸려 고의 충돌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최씨는 "빙상연맹의 냉정한 사실관계 파악"을 기대했다. 그는 "심석희 선수가 스포츠 미투를 하면서 체육계 스포츠 인권, 성폭력 방지에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낸 장본인"이라며 "어쩌면 '내부고발자'의 역할을 하면서 심석희 선수가 미운털이 박혔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부적절한 문자는 명백한 잘못으로 사과와 책임이 뒤따라야 하겠지만, 빙상계 내 미운털이 박혀 증거도 없이 그 이상의 지나친 공격을 받을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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