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억새 물결 넘실... "대구에 막창만 먹으러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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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억새 물결 넘실... "대구에 막창만 먹으러 가나"

입력
2021.10.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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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대명유수지 '달서생태탐험' 체험기

하얀 억새 물결로 뒤덮인 대구 대명유수지. ⓒ박준규

대도시 풍경이야 거기서 거기다. 막창구이, 찜갈비, 뭉티기, 납작만두…. 먹거리 골목 빼면 대구에 특별한 게 있을까? 외곽으로 조금만 나가면 광역시라 믿기지 않을 대자연과 만날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올가을 비대면 안심 관광지로 선정한 달성군 달성습지와 달서구 대명유수지가 대표적이다. 행정구역상 분리돼 있지만 사실상 연결돼 있다.

대명유수지까지 가는 교통수단은 다양하지만 조금씩 차이가 있다. 서대구고속터미널에서 시내버스를 타도 되지만, 외지에서 접근성을 고려하면 고속철도(KTX) 동대구역에서 대구도시철도를 이용하는 게 가장 편리하다. 동대구역에서 1호선을 타고 반월당역에서 2호선으로 환승한 후 계명대역 3번 출구로 나온다. 이곳에서 급행 7번 버스를 타면 바로 대명유수지 앞에 내릴 수 있다.

탐방로가 잘 정비된 대명유수지. ⓒ박준규

달성습지와 대명유수지는 국내에서 유일한 도심 속 범람 하천 습지다.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는 지점이다. 대명유수지는 홍수 때 하천의 수량을 조절하는 인공 저수지다. 1988년 성서공단을 조성하며 침수 피해를 해결하기 위해 설치됐다.

별로 주목받지 못하던 달성습지는 대구시가 생태 복원사업을 추진하며 체험 교육장으로 변모했다. 생태학습장과 함께 습지 생태를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도록 생태 탐방로를 조성했다. 여름에는 온갖 수서 생물, 겨울에는 흑두루미를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철새를 만날 수 있다. 2009년에는 환경부가 멸종위기 2등급으로 지정한 맹꽁이가 처음으로 발견돼 주목받았고, 2011년에는 수천 마리의 맹꽁이 새끼가 이동하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했다.

대명유수지와 달성습지는 맹꽁이생태공원이라 부르기도 한다. ⓒ박준규


억새꽃이 만발한 대명유수지. ⓒ박준규

요즘 대명유수지는 새하얀 억새꽃으로 눈이 부시다. 황홀한 풍경에 사진 여행지로 입소문이 났는데, 생태전문가가 동행하는 탐방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더욱 알차게 즐길 수 있다. 탐방로를 걸으며 습지식물과 생태에 대한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준다. 생태놀이(생태빙고, 생태퍼즐놀이)도 즐거움을 더한다.

대구녹색소비자연대에서 운영하는 '달서생태탐험'에 동행했다. 안내데스크에서 코로나19 방역키트와 루페(확대경)를 제공받은 후 간단한 스트레칭을 마치면 본격적인 탐험이 시작된다.

대명유수지에서 개체 수가 가장 많고 넓게 분포하는 식물은 억새일까 갈대일까? 정확히는 물억새다. 갈대와 비교하면 키가 작은 편이다. 뿌리에서 줄기가 꽃다발처럼 퍼지며 올라온다. 손을 벨 정도로 잎 가장자리가 예리하고 억센 참억새와 비슷하게 보이지만 다르다. 아래에서 한 줄기씩 올라오는 물억새는 감촉이 솜사탕처럼 부드럽다. 루페로 자세히 살펴보면 갈대나 참억새와 확연히 구분된다.

달서생태탐험은 습지식물을 관찰하고 생태놀이를 즐기는 체험형 프로그램이다.ⓒ박준규


루페로 확대해서 본 부드러운 물억새꽃. 실제는 열매다. ⓒ박준규

모래에서 자라는 달뿌리풀, 민들레처럼 바람으로 씨를 날려 번식하는 붉은서나물, 며느리밑씻개(사광이아재비)와 며느리배꼽(사광이풀) 등은 특이한 이름만큼이나 흥미롭다. 며느리밑씻개와 며느리배꼽은 며느리를 대하는 시어머니의 따가운 시선이 투영된 작명이다. 두 풀 모두 가시가 있어서 비슷하게 보이지만 잎자루와 잎 모양에서 차이가 난다. 고양이나 살쾡이의 먹이라는 설명에 살짝 뜯어 입에 넣었더니 새콤한 맛이 난다.

며느리밑씻개는 가시가 있어서 옷에 달라붙는다. 고부갈등을 극적으로 반영한 풀 이름이다. ⓒ박준규


천적을 만나면 스스로 꼬리를 자르고 도망가는 장지뱀. ⓒ박준규

이곳에 서식하는 동물에 관한 해설도 흥미롭다. 맹꽁이는 참개구리, 청개구리와 달리 장마 때마다 출몰한다. 장지뱀은 15~20㎝ 몸길이에서 꼬리가 3분의 2를 차지한다. 천적을 만나면 스스로 꼬리를 자르고 도망가는 뱀이다.

소리와 냄새 체험은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시야를 가리니 다른 감각이 열린다. 약 1분간 눈을 감으면 신기하게도 자동차 소리, 풀벌레 소리, 억새가 흔들리고 잎이 부딪히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린다. 바람결에 풀내음도 솔솔 묻어난다.

생태탐방 프로그램 중 퍼즐놀이. ⓒ박준규

정자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이 조금 전 들었던 식물과 동물이 퍼즐놀이로 등장한다. 복습하듯 퍼즐을 맞추어 나가면 생태전문가의 꼼꼼한 설명이 뒤따른다. 평소 무심코 지나친 생명들이 새로운 감성으로 다가온다. 달서생태탐험은 11월까지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 오후 3시 2시간 동안 진행한다. 온라인(www.dgcn.org)으로 매회 선착순 15명만 신청을 받는다.

생태탐방만으로 아쉽다면 ‘강변 3친구 생태힐링투어 달리고’ 프로그램을 이용해도 좋다. 달서구와 인근 달성군, 고령군의 관광 코스를 함께 둘러보는 지역 여행 프로그램으로 11월까지 주말에 운영한다. 대구광역시관광협회(053-746-6407)로 문의.


박준규 대중교통여행 전문가 blog.naver.com/saka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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