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억 규모 초대형 공사 불구
희망업체 없어 입찰 연이어 유찰
업계 “사업비 증액·기간 연장 필요”
도 “합당하면 검토 후 변경 가능”

제주하수처리장 현대화사업 조감도. 제주도 제공
제주도가 추진 중인 공공하수처리장 현대화사업이 멈춰섰다. 현재 하수처리 용량이 포화상태에 빠져 시설 확대가 시급하지만 공사를 맡겠다는 업체들이 선뜻 나서지 않고 있어서다. 업계에선 "사업비 증액과 공사 기간 연장 없이는 공사를 못 한다"고 고개를 젓지만 제주도는 "그럴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제주 지역에 하수대란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3일 도에 따르면 지난달 제주 공공하수처리시설(도두하수처리장) 현대화사업을 일괄 입찰방식으로 발주하고 사업자 입찰 공고를 냈다. 하지만 공사 희망 업체가 없어 두 차례나 입찰이 유찰돼 사업자를 선정하지 못했다. 일괄 입찰방식이란 사업자가 설계부터 시공까지 모두 책임지고, 완공 후 발주자에게 넘겨주는 방식이다. 도는 앞서 지난 8월 첫 입찰에서도 참여업체가 없어 유찰되자 서울에서 추가 사업설명회를 열었으나 결국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제주공공하수처리시설 현대화사업은 2025년 12월까지 총사업비 3,927억 원을 투입해 현재 1일 하수 처리용량을 13만 톤에서 22만 톤으로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도는 하수 처리 공정을 지하화하고, 지상부는 공원화한다는 계획이다. 총 공사 기간은 57개월이다.
이처럼 공사비가 4,000억 원 가까이에 이르는 제주에서는 보기 드문 초대형 공사이지만 업체들은 입찰 참여를 꺼리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제주도회는 최근 이번 공사 입찰공고와 관련한 입장문을 통해 "공고 전에 업계에서는 적정 공사비와 적정공기 확보에 대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했으나 외면됐다"며 "도두하수처리장 현대화사업은 미래 제주의 기초적인 하수처리 문제를 해결하는 중차대한 일로, 증설이 더 지체됐다간 하수대란이라는 큰 재앙을 맞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건설협회는 해당 입찰이 두 차례 유찰된 이유 중 하나인 공사비에 대해 당초 계획보다 500억 원에서 800억 원 이상 더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사 기간도 최소 72개월로, 입찰공고보다 15개월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기존 하수처리시설을 운영하면서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 데다, 사업 부지가 암반으로 구성돼 있어 공사 난이도가 높고 공사에 따른 민원도 많아 공사 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건설협회는 "유찰 사유인 공사비와 공사 기간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없으면 현대화사업은 더 이상 진척 없이 큰 난관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주지역 전체 하수량의 53%를 처리하는 도두하수처리장은 이미 처리 용량이 한계를 넘어선 상태다. 여름철 집중 호우시 하수와 빗물이 동시에 도두하수처리장으로 유입될 경우 하수처리용량이 초과돼 기준치를 초과한 오·폐수가 바다로 흘러들어 가고 있어도 손을 놓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도는 사업비 증액과 공사 기간 연장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도는 연내 입찰이 마무리 되면 내년 상반기 중 실시설계를 거쳐 최종 사업자를 선정하고 하반기에 공사를 착공하겠다는 계획이다.
도 관계자는 "제주공공하수처리시설 현대화를 위한 사업비나 공사 기간은 한국개발연구원과 환경공단, 기획재정부 검토를 거쳐 결정된 부분으로, 현재 조건이라면 변경이 사실상 불가하다"며 "하지만 업체들과 직접 만나 제기한 문제점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고, 전문가 자문과 내부 검토 등을 거쳐 합당한 이유라면 조정 방안을 마련해 연내 신규 공고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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