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거래 가격을 놓고 공급자인 발전사업자와 수요자인 일반 기업의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REC는 태양광과 풍력 등으로 발전을 하면 발급되는 인증서로, 각 기업들은 이를 구매해 신재생에너지 사용 인증에 활용할 수 있다. 정부 차원에서 REC 공급에 필요한 민간 발전사업자들의 참여를 유도, 국내 신재생에너지 시장 규모를 확대시킬 유인으로 활용해 온 배경이다. 하지만 최근 REC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이해관계가 얽힌 발전사업자와 각 기업의 대립각도 커지는 모양새다.
13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1메가와트시(㎿h)당 REC 평균가격은 약 3만4,000원이다. REC 가격은 지난 2019년 6만3,579원을 기록한 후 2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한 정부의 각종 지원책이 쏟아지면서 REC 시장에 참여한 발전사업자들은 급증한 데 반해, 구매 수요엔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REC 가격 하락은 발전사업자의 수익 악화 초래와 더불어 투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오고 있다. 풍력발전의 경우 입지 선정부터 완공까지 최소 5년 이상 걸리는데 가격 하락세가 크면 향후 투자비 회수조차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발전사업자 관계자는 “지금 가격으로는 사업을 지속하기가 곤란하다”고 토로했다.
반면 신재생에너지만 사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RE100’ 달성을 위해 REC 구매를 검토하는 기업에선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고 비판한다. 한 기업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1REC가 1,000원 정도에 불과하다”며 “우리나라 기업 입장에선 같은 RE100을 달성하는 데 REC 구매비용에 수십 배가 더 드는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8, 9월 기업을 대상으로 판매된 REC 실적이 불과 5건에 그친 이유다. 'RE100'은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 주요 화두로 자리했다. 실제 애플과 구글 등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RE100 참여를 선언한 후 협력업체들에 동참을 요구하면서 이를 달성하지 못할 때는 사업 차질이 빚어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REC 가격 상승 유도 정책에 초점을 두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6일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비율을 2026년까지 기존 10%에서 25%로 상향 조정했다. RPS는 500메가와트(㎿) 이상의 발전설비를 보유한 발전사업자가 대상이다. 한국전력의 자회사인 남동발전과 서부발전 등 발전 공기업과 일부 대기업이 해당된다. 이들은 RPS 달성을 위해 REC 구입을 늘릴 수밖에 없다. 쉽게 말하면 정부가 REC 수요를 늘려, 가격 하락의 저지선을 만든 것이다. 일각에서 정부가 국내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만 초점을 맞춰 발전 공기업을 동원해 높은 가격의 REC를 구매해주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선 결국 REC 시장에 민간 구매 기업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REC 가격이 지금보다 하락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신재생에너지 시장이 작다 보니 REC가 일종의 정부 보조금으로 작동하면서 정상적인 가격 설정이 안 되는 데서 기인한다”며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늘고 경쟁입찰제 도입 등을 통해 REC 가격 하락을 유인하면 민간발전사업자들도 박리다매가 가능해져 이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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