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31일 고별전 끝으로 폐점 '역사 속으로'
코로나 확산 및 온라인 소비 트렌드 못 따라가
해당 자리 주상복합건물 신축... 2023년 말 완공
한글날 연휴 마지막 날인 11일 오후 1시 서울 동작구 사당동 태평백화점. 31일을 마지막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태평백화점 건물 입구엔 여느 때와 달리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발열체크와 출입 등록을 하려는 시민들로 긴 줄이 늘어섰다. 근래 볼 수 없던 풍경이다.
백화점 안 곳곳엔 '고객님의 관심과 응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마지막 고별전’, '폐업정리' 등과 같은 안내 현수막이 걸렸고, 그 아래로 물건을 구입하려는 시민들의 손놀림이 분주했다. 인기 브랜드 매대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한 직원은 부족한 물량을 채워 놓기 위해 한아름 물건을 안고 인파 사이를 다니다 바닥에 상품을 쏟기도 했다.
남성의류 매장 직원은 "31일까지 영업하지만 재고 소진 시 개별 매장들은 일찍 영업이 마무리될 수 있다"며 "수년 동안 여기서 일했는데,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쉽다"고 말했다.
아쉽기는 오랜만에 쇼핑에 나선 이들도 마찬가지. 고별전 덕에 간만에 이곳으로 걸음한 이들이다. 이춘희(72)씨는 "물건들을 싸게 살 수 있어 좋긴 하지만 태평백화점 특유의 맛이 있었는데, 사라진다고 하니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유모차를 끌고 가족과 함께 백화점을 찾은 김모(38)씨도 "어린 시절 백화점 앞에서 친구들과 자주 약속을 잡곤 했었다"며 "이 자리가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잘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마지막 민간 단일 백화점으로 자리하고 있던 사당동 태평백화점이 30년만에 폐점한다. 백화점은 이달 31일 고별전을 끝으로 영업을 종료한다.
1992년 '태평데파트'로 출발한 태평백화점은 1994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꾸고 영업을 해왔다. 서울지하철 4호선 이수역 바로 앞에 있어 만남의 장소로도 애용되는 등 시민의 사랑을 받았지만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 마트와 백화점이 대거 들어선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소비시장이 온라인으로 대거 옮겨 가면서 큰 타격을 받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태평백화점을 운영하는 경유산업의 매출은 2018년 139억 원, 2019년 103억 원, 지난해 66억 원으로 급감했다. 백화점 직원들은 이달까지 일한 뒤 절차를 거쳐 퇴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자리에는 지하 6층, 지상 23층 규모의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선다. 서울시와 동작구는 6월 이곳을 '이수3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해 개발에 나섰다. 사당2동주민센터를 비롯해 대형마트, 쇼핑센터, 오피스텔이 들어설 예정이다. 새 건물은 이르면 2023년 말 완공된다.
국내 토종 백화점의 퇴장은 지방에서 시작됐다. 대기업의 지방 진출에도 명성을 잃지 않고 있던 대구 동성로 '대백(대구백화점)'은 7월 영업 52년 만에 폐점했고, 부산의 미화당백화점과 유나백화점, 태화백화점도 IMF 외환위기 사태 등을 거치며 폐업했다. 1979년 세워진 대전 동양백화점은 2000년 한화그룹이 인수했고, 호남 최초의 백화점인 화니백화점과 가든백화점도 각각 1997년, 2010년 폐업했다.
박주영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는 "최근 소비 트렌드를 보면 오프라인 쇼핑에서는 엔터테인먼트, 다이닝, 쇼핑 등 삼박자가 맞아야 하는데, 중소 백화점은 이런 부분이 부족했다"며 "백화점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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