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할 때 사장님이 빨간 날은 휴일로 쉰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추석과 설날을 제외하고 빨간 날에도 출근해 일해야 했습니다. 하루 8시간 일하게 돼 있었지만 매일 야근과 휴일 근무를 했습니다. 이제라도 야근수당이나 휴일수당을 받을 수 있을까요?"
11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공개한 '5인 미만 사업장 갑질 보고서'에 등장하는 A씨의 사연이다. A씨가 속한 회사 직원은 총 10명이었다. 그런데 사업자가 분할돼 5인 미만 업체로 신고돼 있었다. 이 때문에 A씨는 각종 수당을 받을 수 없다. 앞으로도 공휴일에 회사에 나오라면 거부할 수 없다. 오늘(11일) 같은 대체 휴일에도 쉴 수가 없다.
직장갑질119가 작년 9월부터 올 8월까지 접수된, 신원이 확인된 5인 미만 사업장 관련 제보 71건을 유형별로 분석해보니 '직장 내 괴롭힘'이 43.7%(31건)로 가장 많았다. '임금' 42.3%(30건), '징계해고' 35.2%(25건) 등이 뒤를 이었다. 직장 내 괴롭힘과 징계해고는 현행법상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 범위에 포함되지 않고, 임금도 휴업수당과 각종 가산수당은 적용되지 않는다.
직장갑질119는 "5인 미만 사업장은 사장 마음대로 직원을 해고할 수 있고,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도 신고할 수 없으며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시간, 연차유급휴가 등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헌법에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한다고 돼 있는데,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일종의 천민계급인 셈"이라고 말했다.
올해부터 확대된 대체공휴일 제도에서도 5인 미만 사업장은 사각지대로 놓여 있다.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공휴일과 대체공휴일은 유급휴일로 보장해야 하는데 2021년엔 30명 이상, 2022년에는 5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된다. 2022년 1년간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5인 이상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보다 최대 15일을 더 일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직장갑질119는 해외 노동법을 봐도 유사한 사례를 찾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심준형 노무사는 "프랑스, 독일, 미국, 일본 등 해외 노동법을 보면 국내 근로기준법처럼 노동자 수를 기준으로 획일적으로 법 적용을 배제하는 입법례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며 “5인 미만 사업장이라는 이유만으로 노동법 대부분의 조항을 적용하지 않는 근로기준법은 세계적 추세에 반하는 반인권법"이라고 했다. 직장갑질119 측은 "현행 근로기준법 제11조를 개정해, 단서 및 예외조항을 없애 사각지대를 해소할 것을 제안한다"며 "국가가 국민을 차별하는 일은 이제 더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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