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관종이 트렌드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도 스펙이지."
반 단톡방에 초대받지 못할 정도로 존재감이 미미한 최빛나라(최지수)에게 절친 지혜(김아영)와 서우(배유진)가 말한다. "뭘 또 그렇게까지..." 생각하기 쉽지만 스마트폰을 통해 만나는 온라인 세상이 공기처럼 당연하고, 디지털 세상 속 관계가 현실까지 이어지는 게 딱 요즘 평범한 10대들의 모습이다.
자신의 가치가 SNS상 '좋아요' 하트로 매겨진다고 믿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10대들의 성장을 그리는 EBS 청소년 드라마 '하트가 빛나는 순간(하빛순)'이 지난달 28일 첫선을 보였다. '청소년 드라마 명가' EBS가 2014년 '슴슴한 그대' 이후 7년 만에 내놓은 하이틴물인 만큼 벌써부터 반응이 심상찮다. 유튜브에 공개된 1회는 2주도 안 돼 조회수 80만 회를 넘겼다.
EBS가 만든 청소년 드라마는 못 참지~
영상 콘텐츠는 넘쳐나지만 성인의 시선이 아닌 청소년의 관점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낸 작품은 매우 드물다. '하빛순'을 연출하는 손예은 PD는 "10대들이 뉴미디어 플랫폼으로 옮겨가면서 특히 TV에선 이들을 위한 콘텐츠가 거의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10대를 위한 콘텐츠의 필요성을 느꼈고, 그 시작은 EBS에서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채널 특성상 주시청층인 유아나 초등 저학년, 학부모가 아니라 10대들이 '하빛순'에 응답하는 것도 그런 이유일 테다. 손 PD는 "'나도 저랬는데' 혹은 '난 안 그런데'같이 자기 경험이나 공감의 피드백이 10대들로부터 많이 나와서 놀랐고 기쁘다"고 덧붙였다.
EBS가 작정하고 만든 '하빛순'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드라마를 대놓고 표방한다는 점에서 10대들이 감상하는 기존 웹드라마와는 다르다. 그렇다고 '계몽적 메시지로 지루하진 않을까' 하는 섣부른 판단은 금물. '하빛순'은 단톡방 왕따부터 스마트폰 중독, 디지털 성범죄 등 지금 이 순간에도 10대가 겪고 있는 문제들을 정면으로 다룰 예정이다. 손 PD는 "10대들의 리얼한 삶과 결코 떨어져 있지 않은 소재를 다루는 게 오히려 '하빛순'의 재미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2021년의 청소년 드라마에는 없는 것?
"2021년에 만들어지는 교육방송의 드라마라면 어때야 할까를 늘 생각했어요." 공영방송의 품위를 지키면서 드라마라는 장르적 재미까지 잡아야 했던 '하빛순' 제작진의 고민이 녹아 있는 한마디다. 그 결과 '하빛순'에는 자극적인 연출과 폭력적 장면이 없다. 왕따나 부모로부터의 과한 학업 스트레스로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리는 등 학원물의 클리셰 역시 철저히 배제했다는 게 손 PD의 설명. 그는 "장난으로라도 친구를 때리는 시늉을 하거나 인신공격, 비하성 농담 등 대사까지 신경 써서 폭력성은 최대한 줄이려고 했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모델 출신 배유진이 연기하는 다문화 학생, 한부모 가정이나 혼자 사는 학생 등 다양한 모습의 10대도 등장한다.
"주인공을 극단으로 몰아붙이기보다는 평범한 상황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을 법한 문제들을 던져주고, 물론 실수도 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고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고자 했어요. 주변인뿐 아니라 시청자들도 주인공의 성장을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보면서 응원하는 게 청소년 드라마의 미덕이 아닐까요?"
제2의 이민호·박보영 나올까
신선하고 청량한 새 얼굴을 보는 재미 역시 빼놓을 수 없다. 2006년 EBS 청소년 드라마 '비밀의 교정'으로 배우 이민호와 박보영을 배출한 만큼 '하빛순'의 배우들에게도 관심이 쏠린다. 앞서 몇 편의 웹드라마에서 얼굴을 알린 최지수와 피겨스케이팅 선수 출신으로 연기에 처음 도전하는 오재웅, 보이그룹 빅톤의 정수빈이 삼각 로맨스를 선보인다. 10대 시청자들의 열광 포인트다. 손 PD는 "청량하고 순수한 느낌에 어울리는 배우를 찾고자 노력했다"며 "캐스팅한 후 주연 배우들을 보니 서로간의 '얼굴 합'도 너무 잘 맞더라"고 했다. 25분 분량의 미드폼 형식도 쇼트폼 콘텐츠 소비에 익숙한 10대 시청층을 고려한 것이다. 1~6회는 유튜브에 무료 공개한다. 13부작인 '하빛순'은 매주 화요일 오후 7시 5분에 방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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