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전북 부안군 행안면 한 논에서 농민들이 트랙터로 다 자란 벼를 갈아엎고 있다. 농민들은 기상이변으로 수확을 앞둔 벼에 병충해가 창궐했다며 재해 지역 선포를 촉구했다. 연합뉴스
"가을 장마 징글징글 하요~, 벼농사가 망했어요. 재난지역 선포 해주세요"
국내 최대 곡창지대인 전북지역 벼농사의 병해충 피해가 심각하면서 농민들이 재난지역 선포를 호소하고 나섰다. 서해안지역을 중심으로 가을장마가 이어지면서 병해충이 급속하게 번진 결과다.
10일 전북도 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지난달 13일을 기준으로 도내 전체 벼 재배면적 11만4,509㏊ 가운데 43.05%인 4만9,303㏊에서 병해충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종류별로는 이삭도열병이 3만376㏊(26.5%)로 가장 많았고 세균 벼알마름병 1만684㏊(9.3%), 깨씨무늬병 8,243㏊(7.2%) 등의 순이었다.
지역별로 표본을 추출한 결과 부안군이 1만2,689㏊로 가장 심각했고 군산시 6,757㏊, 고창군 5,930㏊, 남원시 5,005㏊, 순창군 4,602㏊, 김제시 3,972㏊ 등이었다.
전북지역의 벼 병해충 피해가 심각한 것은 잦은 가을비로 방제 시기를 놓쳤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기승을 부렸던 병해충이 논에 그대로 남아 월동을 한 뒤 가을장마 시기에 급속히 번진 점도 한 원인으로 지목했다.
전북도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이번에 가장 큰 피해를 준 이삭도열병은 나락이 나오기 직전에 방제해야 하는데 그 시기에 하루가 멀다고 비가 와 약을 해도 별 효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전북도 농업기술원은 당시 조사 이후에도 서해안지역을 중심으로 비가 자주 내려 현시점의 피해 면적은 50%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벼 베기를 시작한 농민들은 수확량이 절반 이상 줄었다.
농민들은 자연재해에 따라 재해 지역으로 선포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나락 등숙기인 8∼9월에 때늦은 장맛비가 내리며 온갖 병충해가 창궐했다"며 "명백한 자연재해에 따른 피해이므로 정부와 전북도는 하루속히 재해 지역으로 선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현재 피해 현황을 조사하고 있으며 결과에 따라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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