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시절 호의적 보도 위해 정부 돈 건넨 혐의?
수사 직면, 연정파트너의 퇴진 압박에 손 들어
재차 결백 주장... 의원직과 당대표 자리는 유지
부패 혐의로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가 사임 의사를 밝혔다. 연정 파트너가 불신임안까지 준비하자 총리직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2017년 12월 당시 31세 나이로 오스트리아 총리에 오르며 ‘세계 최연소 정치 지도자’ 기록을 세운 쿠르츠 총리로선 4년 만에 씁쓸한 퇴장을 하게 됐다.
9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쿠르츠 총리는 “교착 상태와 혼란을 막고 안정성을 확보하는 길을 만들고 싶다”며 퇴진 의사를 밝혔다. 그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끝나지 않았고 경제 회복도 이제 막 시작했다”며 지금 오스트리아에는 안정적 국정 운영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후임자로는 알렉산더 샬렌베르크 외무장관을 추천했다.
앞서 쿠르츠 총리는 지난 6일 ‘기사 청탁을 위해 언론사에 정부 돈을 건넸다’는 의혹이 제기된 후, 지속적으로 퇴진 요구를 받아 왔다. 검찰은 쿠르츠 총리가 외무장관이던 2016년부터 자신에게 호의적인 언론 보도를 위해 광고비 명목으로 재무부 자금을 사용했다고 보고 있다. 2017년 12월 총리에 오른 이후, 정권 유지를 위해 여론조사 조작을 시도하며 재무부 자금을 썼다는 별개 혐의도 포착됐다. 검찰은 이미 여당인 국민당 당사와 총리실 압수수색을 마치는 등 쿠르츠 총리의 턱밑까지 수사망을 뻗친 상태다.
사실 쿠르츠 총리는 전날만 해도 “사퇴는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검찰 수사는 물론, 연정 파트너인 녹색당마저 퇴진 압박을 가하자 결국 손을 든 것으로 보인다. 녹색당 출신 베르너 코글러 부총리는 “흠결 없는 인물을 후임자로 지명해 달라”며 “그래야만 우리는 여러 건의 중요한 공동 프로젝트와 개혁을 실행할 수 있다”고 촉구해 왔다. 그럼에도 쿠르츠 총리가 버티자 ‘12일 의회에 불신임안을 제출하겠다’며 최후통첩을 건네는 등 구체적 실행 계획까지 확정했다.
다만 쿠르츠 총리는 사임을 발표하면서도, 자신에게 제기된 혐의는 모두 근거가 없으며 거짓이라는 기존 주장을 고수했다. 그는 “고발은 거짓”이라며 “나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깊이 확신한다”고 거듭 결백을 호소했다. 이어 “많은 사람들이 내가 부당한 상황에 처했다고 말한다“며 “무죄추정의 원칙이 모두에게 적용된다면 감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총리 자리에선 물러나지만, 국회의원직과 국민당 대표직은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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