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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뮤지컬도 '서바이벌 오디션'… 관객이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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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뮤지컬도 '서바이벌 오디션'… 관객이 고른다

입력
2021.10.09 20:10
수정
2021.10.09 20:32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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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충무아트센터 '창작뮤지컬어워드 넥스트' 개최

9일 오후 서울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열린 뮤지컬 오디션 대회 '창작뮤지컬어워드 넥스트'의 우승작('앨리스 스튜디오') 제작진(오른쪽 두번째·세번째)이 윤진호(맨 왼쪽) 중구문화재단 사장으로부터 상금 2000만 원과 내년도 공연 대관지원 기회를 수상하고 있다. 충무아트센터 제공

9일 오후 서울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열린 뮤지컬 오디션 대회 '창작뮤지컬어워드 넥스트'의 우승작('앨리스 스튜디오') 제작진(오른쪽 두번째·세번째)이 윤진호(맨 왼쪽) 중구문화재단 사장으로부터 상금 2000만 원과 내년도 공연 대관지원 기회를 수상하고 있다. 충무아트센터 제공

"창작뮤지컬어워드 넥스트(NEXT)의 첫 우승작은 '앨리스 스튜디오' 입니다."

9일 오후 서울 충무아트센터 지하 공연장 무대에서 시상자(윤진호 중구문화재단 사장)의 발표와 동시에 객석에서 "와"하는 함성과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여기서 우승작이란 서바이벌 오디션에서 가장 우수한 평가를 받은 뮤지컬을 의미했다. 트로트 등 가요를 매개로 만든 TV 예능 프로그램은 많았지만, 이처럼 공연 콘텐츠를 공개 오디션 무대에 올린 사례는 드물다.

이날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는 시범공연은 이뤄졌지만 아직까지 공식 상업 공연으로는 제작되지 못한, 창작 뮤지컬 세 편('바이칼 로드' '보이즈 인 더 밴드' '앨리스 스튜디오')이 연달아 관객들을 만났다. 모두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 블루칩들이다. 뮤지컬 오디션은 관객들이 직접 실시간으로 공연을 관람한 뒤 스마트폰을 통해 온라인으로 마음에 드는 작품에 투표하면,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작품이 우승하는 구조로 진행됐다. 이 경연대회 이름이 '창작뮤지컬어워드 넥스트(NEXT)'다.

'창작뮤지컬어워드 넥스트'의 우수 작품 모바일 투표 화면.

'창작뮤지컬어워드 넥스트'의 우수 작품 모바일 투표 화면.

'넥스트'는 짧은 시간 안에 여러 작품이 공연돼야 하는 현실적인 제약 탓에 낭독공연 형태로 이뤄졌다. 비록 제대로 된 무대 세트나 의상은 없었지만 무대 위 배우들은 대극장 공연에 버금가는 열연을 펼치며 작품 매력을 발산했다. 관객 중 일부는 감동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훔치는 등 객석의 몰입감도 상당했다.

앞서 충무아트센터는 지난 5월부터 '넥스트' 대회에 출품할 작품들을 공모했다. 센터가 초빙한 전문 심사위원 6명이 세 차례에 걸쳐 33개 작품을 평가했고, 그 결과 최종 3개 작품이 관객 평가를 받을 경쟁작으로 선정됐다. 작품 기획력과 참신함, 완성도, 흥행성 등 종합적인 요소가 평가 기준이었다. 경쟁작은 아니지만 소개될 가치가 있는 대학생들의 작품 '노이에 에르데'도 무대에 오르게 됐다.

9일 충무아트센터 '창작뮤지컬어워드 넥스트' 오디션 무대에서 낭독공연된 창작 뮤지컬 '바이칼 로드'의 한 장면. 충무아트센터 제공

9일 충무아트센터 '창작뮤지컬어워드 넥스트' 오디션 무대에서 낭독공연된 창작 뮤지컬 '바이칼 로드'의 한 장면. 충무아트센터 제공

경쟁작 선정에 이어 지난달 중순에는 60여명 규모의 '관객심사위원단'이 모집됐다. 9일 공연장에 온 관객들이다. '관객심사위원단'에게는 경연이 열린 이날 몸소 경쟁작들을 관람하고, 우수 작품을 투표를 하는 권한이 부여됐다. 홈페이지 등을 통해 위원단 모집 공고가 나간 순간 마감될 정도로 공연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넥스트' 오디션의 우승작 투표에는 경쟁작 선정 평가에 참여한 전문 심사위원을 비롯해 뮤지컬 제작사와 투자사 관계자 등 공연계 종사자 60여명도 참여했다. 일반 관객 투표로만 우승작이 선정될 경우 자칫 인기 투표로 변질될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따라서 팬과 실무자가 1:1 비율로 투표에 참여한 셈이다. 모두 120여명에 달하는 심사위원 가운데 관객과 관계자 양측 모두에게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앨리스 스튜디오'가 '넥스트'의 최초 우승작으로 기록됐다.

9일 충무아트센터 '창작뮤지컬어워드 넥스트' 무대에서 공연된 경쟁작 '보이즈 인 더 밴드'의 공연 장면. 충무아트센터 제공

9일 충무아트센터 '창작뮤지컬어워드 넥스트' 무대에서 공연된 경쟁작 '보이즈 인 더 밴드'의 공연 장면. 충무아트센터 제공

'앨리스 스튜디오'의 제작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여서 실감이 안 난다"며 눈물을 흘리는 등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 작품 음악을 만든 정경인 작곡가는 "창작극을 지원하는 사업 대다수는 관계자 사이 내부 멘토링으로 이뤄지는데 '넥스트'처럼 관객 평가를 직접 받는 사례는 지금까지 없었다"면서 "창작자로서 매우 큰 자극을 받을 수 있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우승팀에는 상금(제작비) 2,000만원과 함께 내년 2월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4주간 공연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됐다.

우승작인 '앨리스 스튜디오'(작 김지은, 작곡 정경인)는 주인공인 50대 여성 로라가 앨리스라는 특이한 인물이 운영하는 스튜디오에 방문하면서 깨닫는 일들을 극으로 만들었다. 관습과 세상의 편견에 맞서는 소수자들의 이야기가 묵직한 여운을 남겼다. 친숙하면서도 감성을 건드리는 넘버들도 호평 받았다. '바이칼 로드'(작 김민정, 작곡 정원기ㆍ김지영)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바이칼 호수로 떠나는 세 인물의 여정을 그린 로드 뮤지컬이다. 옴니버스처럼 보이는 3명의 이야기가 끝내 포개지면서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보이즈 인 더 밴드'(작 김영주ㆍ배경희, 작곡 리버틴스)의 경우 2000년대 영국 록 음악을 뒤흔든 밴드 '리버틴스'의 음악과 사연을 재해석한 작품이었다. 록 음악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뮤지컬답게 시원한 넘버들이 인상적이었다. 비경쟁작으로서 공연된 '노이에 에르데'(작 이승연, 작곡 남윤수ㆍ김광현)는 1975년 독일에서 다양한 이유로 고통 속에 살아가는 간호사들이 꿈꾸는 유토피아를 묘사했다. 독특한 상상력과 역사, 사회적인 문제의식이 돋보였다.

충무아트센터는 '창작뮤지컬어워드 넥스트'를 통해 관객과 공연인이 함께 만드는 창작 뮤지컬을 제작해 나갈 계획이다. 충무아트센터 제공

충무아트센터는 '창작뮤지컬어워드 넥스트'를 통해 관객과 공연인이 함께 만드는 창작 뮤지컬을 제작해 나갈 계획이다. 충무아트센터 제공

우승작이 나왔지만, 순위를 가르는 일 자체가 '넥스트'의 목표는 아니다. 최명준 충무아트센터 공연사업팀장은 "좋은 창작극이 빛을 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넥스트'의 궁극적인 기획 의도"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공연장에는 이종규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을 비롯해 뮤지컬 업계의 주요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최신 창작 뮤지컬 트렌드를 읽기 위한 행보였다. 때문에 우승작뿐만 아니라 다른 작품들도 업계 실무자의 눈도장을 확실히 찍을 수 있었다. 운이 좋으면 투자를 받아 상업 공연으로 다시 태어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충무아트센터는 후원 등을 통해 추가 예산을 확보해서 내년부터는 더 많은 작품이 경쟁작으로 소개될 수 있도록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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