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액 27조 이상·이익 10% 이상 대기업 대상
지난해 실적 기준 삼성전자·SK하이닉스 포함
구글·아마존은 한국에 납세… '과세권 확대' 전망
다국적 기업의 세금 일부를 본사 소재지가 아닌 ‘시장이 있는 나라’에 내도록 한다는 ‘디지털세’가 2023년부터 도입된다. 이로 인해 매출 27조 원 이상인 대기업은 ‘초과이익’의 4분의 1에 대한 세금을 해외에 내야 한다.
한국에서 돈을 벌어가지만 그 동안 충분한 세금을 걷지 못했던 구글, 아마존 등 거대 디지털 기업에 대한 과세가 가능해진 것이다. 반대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의 해외 세금 부담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ㆍ주요 20개국(G20) 포괄적 이행체계(IF)는 8일(현지시간) 13차 총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디지털세 최종 합의문을 공개했다. 이번 합의문에는 IF에 참여하는 140개국 중 케냐,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스리랑카 등 4개국을 제외한 나머지 136개국이 지지를 표했다.
합의안은 크게 △대규모 다국적기업에 대한 과세권을 시장이 있는 나라에 일부 나눠주는 것(접근법 1) △조세 회피를 방지할 ‘최저한세’를 도입하는 것(접근법 2)으로 나뉜다. 이 중 한국에 영향이 큰 것은 접근법 1이다.
2023년부터 시장 있는 나라에도 세금 납부
접근법 1은 연결매출액 200억 유로(약 27조 원)이상이면서 이익률이 10% 이상인 전 세계 약 100개 다국적기업에 적용된다. 지난해 실적 기준으로는 국내 기업 중 삼성전자(매출액 236조 원, 영업이익률 15.2%), SK하이닉스(매출액 32조 원, 영업이익률 15.7%) 등 두 회사가 대상인데, 과세 대상 시점의 실적에 따라 대상에서 빠질 수도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구체적인 과세권 배분 비율이 정해졌다. 통상 이익률로 인정한 10%까지는 회사가 있는 나라에, 이를 넘는 초과이익 중 25%는 ‘시장이 기여해 창출된 이익’으로 인정해 시장이 있는 나라에 과세권을 분배하는 방식이다.
만약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이 15%라고 가정하면, 10%를 넘는 초과이익(5%)이 디지털세 과세 대상이 된다. 디지털세 대상 이익의 25%에 해당하는 세금은 한국이 아닌 미국이나 중국 등 시장이 있는 나라에 내게 된다.
기재부에 따르면 한국 등 일부 소규모 선진국은 초과이익의 20%를 배분하자고 주장했지만, 논의에 참여한 다수의 국가가 배분 비율을 30%로 높이자고 주장했다. IF는 논의 끝에 절충안인 25%로 결정했다.
접근법 2는 연간 매출액 7억5,000만 유로(약 1조1,000억 원) 이상인 다국적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최저한세율은 '15%'로 합의했다. 만약 다국적기업이 세율 낮은 나라에 자회사를 두는 식으로 조세회피에 나서면, 본사가 있는 나라에서 최저한세율과 조세회피처의 세율 차이만큼 세금을 더 걷을 수 있는 것이다.
앞선 논의에서는 아일랜드, 헝가리 등 법인세율이 낮은 나라들이 반대 입장을 냈지만, 이번 논의에서는 조세회피 관련성이 낮은 제조업 등에 대한 부담을 완화해 찬성으로 돌아섰다. 접근법2도 마찬가지로 법제화를 거쳐 2023년 시행될 예정이다.
세수 추계 어렵지만… 국내 과세권 확대 전망
정부는 디지털세 도입이 우리 기업의 경쟁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기업 입장에서 내는 세금의 총액은 변하지 않지만, 대신 한국에 내야 할 세금 일부를 해외에 내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이중과세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소득공제, 세액공제 등의 장치도 마련하기로 했다.
현시점에서 디지털세 도입에 따른 세수 변화를 명확히 추계하기는 어렵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아마존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대기업이 국내에 세금을 내면 그만큼 우리나라 세금수입이 늘지만, 반대로 해외에서 수익을 내는 삼성전자 등이 외국에 세금을 내면 그만큼 국내 세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는 국내 기업이 해외에 내야 할 세금 보다는 다국적 기업이 국내에 낼 세금이 더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일 국정감사에서 “우리 기업이 (해외에) 납부하는 것 보다는, 국내에서 (다국적 기업의) 과세권을 행사하는 게 더 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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