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돈방석에 앉은 건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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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돈방석에 앉은 건 넷플릭스

입력
2021.10.0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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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라제기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넷플릭스 제공


1억 달러. 영국 배우 대니얼 크레이그의 출연료다. 그는 영화 ‘나이브스 아웃’ 2, 3편에 나오는 대가로 이 어마어마한 돈을 받았다. 1억 달러면 ‘기생충’(2019) 같은 영화 8, 9편 정도를 만들 수 있는 금액이다.

‘나이브스 아웃’(2019)은 깜짝 히트 상품이었다. 제작비는 4,000만 달러인데 전 세계 극장에서 3억1,1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나이브스 아웃’은 크레이그와 크리스 에번스, 제이미 리 커티스 등 유명 배우가 대거 출연했으나 블록버스터 범주에 들어가지는 않는다. 제작비 4,000만 달러 정도면 할리우드에선 중간 규모에 해당한다. 배급사는 메이저라 할 수 없는 라이언스게이트였다. 유명 소설가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풀어내는 이야기만으로 관객 마음을 사로잡았다.

적은 제작비로 큰 수익을 올린 영화를 대형 영화사들이 놔둘 리 없다. 속편을 두고 여러 영화사들이 경쟁을 펼친 끝에 넷플릭스가 ‘나이브스 아웃’ 2, 3편의 판권을 차지했다. 넷플릭스가 지불한 돈은 4억5,000만 달러다. ‘나이브스 아웃’의 핵심 인물인 브누아 블랑을 연기할 크레이그에게 1억 달러를 안겨 줄 만도 했다. 돈에 있어서 할리우드는 우리를 여전히 깜짝 놀라게 한다.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히트하며 수익 분배 논란이 일고 있다. 재주는 ‘오징어 게임’이 넘고, 돈은 넷플릭스가 챙겼다는 문제 제기다. 과연 온당한 지적일까.

‘오징어 게임’은 제작사 싸이런픽쳐스가 넷플릭스로부터 돈을 받고 드라마를 완성한 후 넷플릭스에 납품하는 식으로 만들어졌다. 넷플릭스는 제작비의 10~20%에 해당하는 금액을 제작사에 추가로 준다. 드라마가 아무리 성공해도 인센티브 같은 추가 이익은 없다. 넷플릭스가 이익을 공유하려 해도 근거가 마땅치 않다. 넷플릭스 이용자들은 한 달에 1만 원가량을 내고 콘텐츠를 무한정 즐기기 때문이다. ‘오징어 게임’이 이용자 증가와 이용자 이탈 방지에 공헌했을 텐데 똑 떨어지는 수치로 이를 파악하긴 어렵다.

눈을 돌려 기존 방송 시장을 살펴보자. 국내 방송사들은 어느 드라마가 크게 히트했을 때 이익을 제대로 나눈 적이 없다. 국내 방송사들은 외주 제작사들에게 터무니없이 적은 제작비를 주는 것으로 악명 높았다. 제작사는 부족한 제작비를 메우고 추가 수익을 얻기 위해 간접광고(PPL)에 매달려야 했다. ‘태양의 후예’(2016)에서 군인들이 틈만 나면 특정 회사 홍삼 음료를 마셨던 이유다.

2004년 일본에서 ‘겨울연가’가 신드롬을 일으켰다. ‘겨울연가’를 방송한 NHK는 그 해 4,000억 원가량을 벌었다. NHK가 방송 판권 확보를 위해 KBS에 지급한 돈은 7억 원 정도다. 일본 최고 방송사에서 한국 드라마를 방영하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되던 시절이니 KBS가 흥정을 잘못했다고 지적할 필요는 없다. ‘겨울연가’ 이후 일본에서 한류가 어떤 위상을 갖게 됐는지는 우리 모두가 잘 안다. ‘오징어 게임’ 이후 한국 영상산업이 얻게 될 막대한 이득을 주목해야 한다.

‘오징어 게임’을 둘러싼 논란에서 핵심은 저작권이다. 넷플릭스는 국내 제작사와 계약할 때 저작권을 독차지한다. ‘오징어 게임’도 마찬가지다. 제작사가 저작권을 공유할 수 있어야 속편이 만들어지거나 부가수익이 생겼을 때 추가 이익을 가져갈 수 있다. 넷플릭스가 시장에서 절대 강자이니 제작사가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다. 때마침 넷플릭스 라이벌인 디즈니플러스가 다음 달 12일 국내 상륙한다. 게임의 룰은 언제든 바뀐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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