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정 결과 '청력 손상 유발' 80㏈ 이상 나와?
권익위 "주민·군 의견 취합해 권고안 마련"
주민들 "측정 기간 훈련 축소돼 과소 평가"
주한미군의 아파치헬기 사격 훈련 등 군 훈련에 따른 소음으로 집단 민원이 발생한 경북 포항시 수성사격장 주변을 조사한 결과 일상 생활에 지장을 주는 수준인 80㏈(데시벨) 이상의 소음이 측정됐다.
국민권익위원회는 8일 포항시 남구 장기면행정복지센터에서 이 같은 내용의 소음 측정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1월 장기면 주민들의 고충민원 제기에 따라 권익위, 국방부, 포항시가 6월 3일~7월 9일 수성리 마을회관과 양포초등학교 등 사격장 주변 6곳에 소음 측정 기기 34대를 설치해 조사한 결과다. 이 기간 미군은 아파치헬기 152대를 띄워 로켓포와 30㎜ 기관포 등 3,370여 발을, 해병대가 60㎜ 및 80㎜ 박격포와 K-1전차 등에서 4,500여 발을 각각 발사했다.
미군 아파치헬기는 상공에서 82.0~85.2㏈의 소음을 일으킨 것으로 측정됐다. 80㏈ 이상 소음은 TV나 라디오 청취를 방해하고 청력 손실을 일으킬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소음측정 전문업체 관계자는 "소음이 60㏈ 이상만 발생해도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해병대 훈련도 이에 못지않은 소음을 일으켰다. 박격포 등 화기 훈련 소음은 67.7~85.1㏈, 전차 기동 훈련 소음은 85.3~107.0㏈로 측정됐다. 미군 아파치헬기는 비행 소음이, 해병대는 기동 소음이 각각 사격 소음보다 높았다. 권익위 관계자는 "해병대 전차는 이동 속도가 느리고 중량이 큰 탓에 도로 이동 때 많은 소음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장기면 주민과 대책위원회, 국방부, 해병대는 소음 측정 결과를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주민들은 국방부와 미군이 측정 기간에 훈련 규모를 축소했다면서 불만을 내비치기도 했다. 정서기 대책위 공동위원장은 "평소엔 2~4대가 편대비행을 했는데, 측정 기간엔 1, 2대가 떨어져 비행하고 고도도 훨씬 높였다"며 "사격 훈련도 민가에서 더욱 떨어진 곳에서 실시해 그동안 주민들이 겪던 소음보다 크게 낮았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익위는 소음 측정 결과를 토대로 당사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권고 사항을 최종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안준호 고충처리국장은 "이번 결과는 장기면 주민의 장기간 고통이 객관적 수치로 확인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주민과 국방부, 해병대가 향후 대책을 제시하면 이를 모아 대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미군은 앞서 경기 포천시 영북면 로드리게스 훈련장(영평사격장)에서 헬기 사격훈련을 해오다가, 주민 반발로 지난해 수성사격장으로 옮겼다. 그러나 이곳 주민들도 사격장 폐쇄를 요구하면서 올해 1월 2,800여 명의 서명을 받아 권익위에 고충민원을 접수했고 현재 조정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수성사격장은 1965년 1,246만㎡ 부지에 조성됐으며, 1㎞가량 떨어진 곳에 50여 가구, 130여 명이 사는 마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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