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온실가스감축 목표 40% 상향에
경제부처 장관들이 난색 표명하자
홍 부총리 지목해 "힘써 달라" 채근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힘을 내 달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청와대에서 비공개로 열린 '탄소중립 추진현황 점검 관계부처 장관회의'에서 홍 부총리에게 당부한 말이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한 경제부처가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문 대통령이 홍 부총리를 '콕 집어' 채근한 것이다.
탄소중립위원회는 8일 2030년 NDC를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40% 감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난 8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35% 감축보다 5%포인트 끌어올린 수치다. 우리나라 탄소 배출량은 세계 10위 수준으로, 선진국과 환경단체로부터 '기후 악당'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NDC 목표치 상향은 문 대통령이 주도한 결과다. 결정적 순간은 지난 9월 청와대에서 열린 '탄소중립 장관회의'였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선진국 수준인 40%는 넘어야 국제사회가 납득할 것" "목표치를 높이지 않으면 한국 기업들에 탄소세 부과, 시장 퇴출 등 고강도 제재가 가해질 수 있다"며 장관들에게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당시 관계부처 장관들이 제출한 NDC 목표치는 37.5%였다고 한다.
관계부처 장관들이 "기업은 이 정도의 감축도 부담스러워한다"고 저항하자, 문 대통령이 나섰다. 홍 부총리에게 "경제부총리가 맡아서 해 달라"고 한 것이다. 홍 부총리가 대답을 머뭇거리자 "하실 수 있겠느냐"고 채근했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일보에 "문 대통령이 약 한 시간 동안 장관들을 어르고 달랬다"며 "일본이 탄소 배출량 46% 감축목표를 세운 것을 언급하며 '우리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각종 공식 석상에서도 탄소저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지난 9월 영상으로 열린 '에너지와 기후에 관한 주요경제국포럼(MEF)'에서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상향해 발표하기 위한 막바지 준비에 힘쓰고 있다"고 예고한 바 있다. 지난달 아시아·태평양 환경장관포럼 개회식에서도 "탄소중립을 향한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의 행동 또한 더욱 빨라져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업들이 부담을 느낄 수 있지만 목표는 높게 잡을 필요성이 있다는 게 문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탄중위는 이날 토론회를 거쳐 NDC 안에 대한 각계 의견을 수렴했고, 오는 18일 전체회의에서 NDC 상향안을 의결한다. 문 대통령은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상향한 목표치를 전 세계에 공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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