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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서 열린 특별한 생일파티… "랜스야, 생일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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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서 열린 특별한 생일파티… "랜스야, 생일 축하해"

입력
2021.10.08 15:27
수정
2021.10.08 19:50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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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앞두고
"인권침해 인한 죽음 멈춰야" 목소리
추모 넘어 삶을 기리는 캠페인 펼쳐

8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사거리 옆 작은 광장에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와 트랜스해방전선이 주최해 열린 트랜스젠더 가시화 캠페인 '랜스야 생일 축하해' 기자회견에서 윤지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8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사거리 옆 작은 광장에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와 트랜스해방전선이 주최해 열린 트랜스젠더 가시화 캠페인 '랜스야 생일 축하해' 기자회견에서 윤지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랜스야, 생일 축하해."

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 광장에서 누군가의 생일을 축하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2m에 달하는 대형 케이크와 축하 메시지를 담은 버스 래핑광고(대형버스에 광고물을 씌우는 옥외 광고물)는 분홍색과 파란색, 흰색으로 알록달록 빛났다. 파티의 주인공은 바로 한국 사회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혐오와 차별에도 소중한 삶을 이어나가는 '트랜스젠더'다.

8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사거리 옆 작은 광장에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와 트랜스해방전선 주최로 열린 트랜스젠더 가시화 캠페인 '랜스야 생일 축하해' 기자회견에서 축하 메시지가 담긴 래핑 버스가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8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사거리 옆 작은 광장에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와 트랜스해방전선 주최로 열린 트랜스젠더 가시화 캠페인 '랜스야 생일 축하해' 기자회견에서 축하 메시지가 담긴 래핑 버스가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와 트랜스해방전선은 이날 트랜스젠더의 인권 문제를 환기하고 이들의 삶을 축하하자는 취지의 캠페인 '랜스야, 생일 축하해'를 개최했다. 사회의 편견으로 고통을 받다 세상을 떠나는 트랜스젠더를 기리는 추모의 날(11월 20일)을 앞두고 추모에 그치지 않고 이런 상황을 바꾸어 나가려는 캠페인이다. 김겨울 트랜스해방전선 대표는 "랜스는 트랜스젠더를 의미하는 말"이라면서 "매년 돌아올 트랜스젠더의 생일을, 그리고 삶을 함께 축하하고 싶었다”라고 취지를 밝혔다.

윤지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은 "차별과 사회적 외면 속에 올해 우리는 최소 세 명의 트랜스젠더 동료를 잃었다. 고(故) 변희수 하사도 그중 한 명"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트랜스젠더가 추모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들은 매일의 평범한 삶을 사는 평범한 동료 시민이며 죽음이 아닌 삶을 응원받아야 하는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변희수 곁에 없어 안타깝지만… 삶을 얘기하자"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대표가 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광장에서 열린 '랜스야 생일 축하해' 트랜스젠더 가시화 캠페인에서 변희수 하사 행정소송 선고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제공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대표가 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광장에서 열린 '랜스야 생일 축하해' 트랜스젠더 가시화 캠페인에서 변희수 하사 행정소송 선고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제공

캠페인은 변 전 하사의 전역 취소 판결 다음 날 이뤄졌다. 2019년 성확정 수술을 받고 군 복무를 계속하길 희망했으나 강제 전역 처분을 받아야 했던 변 전 하사. 그는 법원에 이를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올해 4월 첫 변론을 앞두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족은 변 전 하사의 소송을 진행해왔고, 전날 대전지법 행정2부(부장 오영표)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어제 판결 선고 후 방청했던 모든 이들이 기뻐하면서도 안타까움을 느꼈다"라며 "누구보다 이 판결을 바랐고 기뻐했을 변희수가 우리의 곁에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 변호사는 이어 "하지만 오늘 캠페인 슬로건처럼 추모를 넘어 삶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라고 했다.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가 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광장에서 열린 랜스야 생일 축하해 트랜스젠더 가시화 캠페인에서 뉴질랜드 최초의 트랜스젠더 군인 루시 조던의 사진을 들고 발언하고 있다. 뉴스1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가 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광장에서 열린 랜스야 생일 축하해 트랜스젠더 가시화 캠페인에서 뉴질랜드 최초의 트랜스젠더 군인 루시 조던의 사진을 들고 발언하고 있다. 뉴스1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유럽연합 대사, 요아나 도너바르트 주한 네덜란드 대사도 캠페인에 참석, 트랜스젠더 인권 보장을 위한 정책을 촉구했다.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는 자국의 최초 트랜스젠더 군인 '루시 조던'과 비슷한 사례들을 소개하면서 "뉴질랜드군은 국민들이 진정한 자신이 될 수 있어야 최고의 능력을 발휘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뉴질랜드의 경험이 한국에서 이 이슈를 다룰 때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했다. 터너 대사는 지난해 청와대에서 열린 주한 외교단 초청 리셉션에 남편 히로시 이케다와 나란히 참석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트랜스젠더도 행복한 사회를"

김겨울 트랜스젠더해방전선 대표가이 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광장에서 열린 '랜스야 생일 축하해' 캠페인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재공

김겨울 트랜스젠더해방전선 대표가이 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광장에서 열린 '랜스야 생일 축하해' 캠페인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재공

사회적 혐오 속에서 힘겨운 싸움을 하는 트랜스젠더. 이들은 일상은 녹록하지 않다. 국내 트랜스젠더 278명을 대상으로 2018년 이뤄진 조사(김승섭 고려대 보건과학대 교수, 트랜스젠더 건강연구) 결과 극단적 선택 시도율은 40%였다. 같은 해 기준 전체 성인(0.5%)이나 청소년(3.1%)의 자살 시도율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수치다.

이런 상황에서 매년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캠페인을 기획해왔던 김 대표는 "이제 버티는 것을 넘어 트랜스젠더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주체로 당당히 살아가고자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우리가 여기 있다는 말을 죽음을 추모하는 의미가 아니라 앞으로 계속 서로를 축하하며 살아가자는 의미로 되새기고 싶었다"라고 했다.

국제앰네스티와 트랜스해방전선은 이날 이태원을 시작으로 다음달 20일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까지 서울과 부산 곳곳에서 관련 퍼포먼스를 펼친다. 김 대표는 이런 당부로 발언을 끝맺었다. "트랜스젠더 가시화는 즉 트랜스젠더의 생존을 의미합니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 트랜스젠더가 당신 곁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주세요.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함께 살아갈 수 있습니다."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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