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희철 서울SK 감독 인터뷰
문경은 체제 코치 10년 끝에 감독 데뷔
"훈수 둘 땐 쉬웠는데, 많은 결정 부담감"
"다른 팀이 무서워하는 다크호스 만들 것"
스피드에 다양성 더한 농구로 기대감 높여
"이게 훈수 둘 땐 쉬웠는데, 감독이 되니 결정할 것도 많고 참 부담이 되네요. 더 다듬어서 다크호스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1990년대 농구 코트를 날아다녔던 '에어 본' 전희철은 감독으로도 날아오를 수 있을까. 비상을 꿈꾸는 전희철 서울 SK 감독의 힘찬 도움닫기가 막 시작됐다.
전 감독은 '준비된 감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고교 에이스로 혜성같이 등장한 선수 시절과 달리 감독으로는 오랜 준비기간을 거쳤다. 2008년 선수 은퇴 이후 2군 감독을 시작해 문경은 감독이 이끄는 서울 SK에서 무려 10년간 코치로 지냈다.
8일 전화로 만난 전 감독은 "SK는 언제든 확 치고 올라갈 수 있는 단단하고 무서운 팀이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그 목표는 벌써 이룬 듯하다. 각 팀 감독들은 지난 미디어데이 우승후보 투표에서 SK에 수원KT 다음으로 많은 표를 던졌다. 지난 컵대회에서 '전희철표 SK'의 활약을 지켜본 결론이다. SK는 정규시즌을 앞두고 지난달 열린 컵대회에서 모두의 예상을 깨고 우승을 차지했다. 초보 감독을 보는 불안한 시선이 있었지만 전 감독은 파죽 4연승을 달리며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특히 짧은 기간 동안, SK 특유의 빠른 농구에 유기적이고 능동적인 '전희철표 농구'의 색깔을 성공적으로 입혔다는 평가다. SK는 지난 시즌 아쉬운 성적 속에서도 속공 득점(11.0)만큼은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빠른 농구를 구사하는 팀이다. 이번 컵대회에서도 평균 속공 득점은 18점에 달했다. 기존 속공이 성공률이 높은 김선형과 자밀 워니에 의존했다면 이번에는 공격 루트까지 다양해졌다.
전희철 감독은 "SK가 빠른 농구를 하긴 하는데 공격형태가 단조롭다는 게 단점이었다.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누구나 잡았을 때 빨리 넘어가고, 상대 진형이 갖춰지기 전에 수비 없이 1차 공격을 하도록 훈련을 했다"고 설명했다. 1차 공격으로 상대를 흔들면 김선형이나 워니에도 2차, 3차 공격 기회가 자연스럽게 열린다. 전 감독은 "아직 60% 정도지만, 점점 더 좋아질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여기에 국가대표 포워드 최준용이 부상에서 돌아와 예전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선형을 비롯해 안영준, 허일영 등도 물이 올랐다. 워니는 3년째 함께하며 팀에 녹아들었다.
이제 본게임이 시작됐다. SK는 9일 고양체육관에서 고양 오리온과 원정경기를 갖는다. 정규리그 데뷔전이다. 전 감독은 일단 리그 초반까진 팀을 안정화시키는 데 주력할 생각이다. 그는 "솔직히 '우승하겠다'는 꿈은 아직까진 섣부른 것 같다. 한 경기 한 경기를 잘 채우고 2라운드에 들어가면 다시 목표를 세울 수 있을 것 같다. 그때 '우리가 한번 도전해보자'는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벌써부터 B플랜까지 준비하고 있을 정도로 만전을 기하고 있다. 지난 시즌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SK가 리그 8위까지 무너져내린 것은 B플랜에 소홀했기 때문이라는 게 전 감독의 진단이다. 올시즌에도 찾아올지 모를 부침과 선수들의 부상 이탈에 대비해 팀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중이다.
"요즘 선수들에게 '그냥 연습하던대로 하자'는 말을 많이 해요. 과정을 충실히 해왔으니까 그 과정을 믿고 부담없이 경기에 임하자는 거예요. SK에는 아직 워니, 최준용, 전희철이라는 3가지 물음표가 있다고 하는데, 두 선수들은 잘해주고 있고, 이제 저만 잘하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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