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9일까지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첫 개인전
“사물, 풍경에도 표정이 있다.” “익숙한 존재를 낯설게 봤다.”
사진작가로 대중 앞에 선 영화감독 박찬욱의 사진전은 이 두 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지난 1일 부산 수영구에 위치한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박찬욱 감독은 2013년부터 틈틈이 찍어온 사진 30점을 공개했다. 영화 촬영 현장에서 찍은 사진을 엮어 사진집을 내거나, 영화관 입구에서 소규모로 사진을 전시하는 등 조금씩 작품을 선보여왔지만, 갤러리에서 본격적인 사진전을 개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전의 제목은 ‘너의 표정’. 사진 속에 등장하는 자연과 인공물에서 표정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찬욱 감독은 “자신의 경험에 따라 다채롭게 해석이 가능할 것”이라며 “사진 속 피사체와 1 대 1로 대면하면서 거기서 느껴지는 감정을 생각해보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개장 직전 모로코 호텔 한 편에 모여 있는 수영장 파라솔이 그의 눈에 들어온 건, 파라솔이 유령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해가 떠서 산책 중이었는데, 손님들이 오기 전에 모인 파라솔들이 유령처럼 느껴졌어요. 밤에는 왠지 웅성웅성 떠들 것 같았고요.”
영국 런던의 어느 클럽에서 의자와 탁자를 찍은 것도 비슷한 이유였다. 그는 “의자에서 표정이 보였다.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을 듣고 사진을 보니 의자 등받이에 볼록하게 튀어나온 지점들이 정말이지 사람의 눈, 코, 입 같아 보였다.
한국의 변산반도에서 촬영한 절벽은 흡사 사람의 옆 모습처럼 느껴지는데,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자 절벽 위의 나무와 풀들이 머리카락과 눈썹, 수염처럼 보였다. 발리 해변의 괴석은 괴물 같아서 곧장 사진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식물 이파리, 폐주유소의 주유기 등 중요해 보이지 않는 것들이 그의 사진 속에선 주인공이 돼 있었다. 그는 “아름다워 보이지 않은 것에서 찾아내는 아름다움은 만남이고, 발견이고, 존중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영화감독으로 성공한 그가 사진을 계속해서 찍는 이유는 뭘까. 그에게 출사는 쉼에 가까웠다. 영화 홍보 등을 위해 해외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던 그에게 주위를 관찰하고 촬영하는 일은 지친 일상을 달랠 일종의 탈출구였다.
영화 촬영에 비해 자유롭다는 점도 매력적이라는 설명이다. “남의 돈(투자 받은 돈)을 쓴다는 건 잠이 안 올 정도로 무서운 일이죠. 그에 비해 사진은 참 홀가분하고 자유로워요. 사진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저 혼자 책임지면 되는 일이잖아요.”
전시는 12월 19일까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