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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북동부 반군은 왜 미얀마로 건너갔나

입력
2021.10.09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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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 쿠데타가 발발한 지 6개월째인 8월 1일 사가잉주 칼레이 타운십 주민들이 민주화를 요구하는 가두 시위를 벌이고 있다. 미얀마나우 캡처

미얀마 군부 쿠데타가 발발한 지 6개월째인 8월 1일 사가잉주 칼레이 타운십 주민들이 민주화를 요구하는 가두 시위를 벌이고 있다. 미얀마나우 캡처

일본 일간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영문 매체인 ‘닛케이아시아’는 올해 4월 15일 인도 북동부 마니푸르주(州) 분리주의 반군과 미얀마 북서부 사가잉 지방 군부 사령관들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아시아 군 정보당국’을 취재원으로 둔 이 기사에 따르면 미얀마 군부는 마니푸르 반군에게 미얀마 군복을 입히고 자동소총으로 무장시킨 뒤, 4월 7일 사가잉 지방 칼레이 타운십의 타한 지역 시위 현장에 진압 부대로 투입했다. 이날 시위에서 12명이 숨졌다.

4월 17일 인도 북동부 나가랜드주 지역 언론 ‘나가랜드포스트’도 유사한 보도를 했다. “미얀마 지방 사령관들이 인도 북동부 반군을 이용해 인도 국경으로 밀려드는 미얀마 난민들을 통제하는 거래를 성사시켰다”는 내용이었다. 신문은 구체적으로 ‘마니푸르 민족연합해방전선(UNLF)’과 마오이스트(마오쩌둥주의) 성향 ‘마니푸르 인민해방군(PLAM)’을 지목했다. 공격 대상이 시위대든, 미얀마를 탈출하는 난민이든, 미얀마 군부가 인도 반군을 동원해 평범한 시민을 상대로 무력을 행사하는 건 상당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마니푸르는 분리주의 운동이 수십 년간 지속돼 온 인도 북동부 일대 7개 주(아루나찰프라데시 아삼 나가랜드 마니푸르 미조람 트리푸라 메갈라야) 가운데 하나다. 이곳에 ‘활동’ 상태로 분류되는 무장 단체만 최소 7개가 있다. 북동부 전체로는 수십 개에 이르는데, 그중 최소 6개 조직이 미얀마 사가잉 지방과 친주(州) 등에도 캠프를 두고 국경을 넘나들면서 활동 중이다. 미얀마와 인도는 2019년 상반기 ‘오퍼레이션 선라이즈’라는 작전명으로 인도 북동부 및 미얀마 북서부 일대에서 대대적인 반군 소탕 연합 작전을 전개하기도 했다.

인도군에 따르면 미얀마 군부와 밀착한 UNLF는 마니푸르에서 가장 오래된 반군 단체다. ‘인도로부터의 독립과 사회주의 사회 건설’을 목표로 1964년 11월 24일 결성됐다. 이들은 출범 후 상당 기간 사회단체 수준에 머물다가 1990년대 초 “마니푸르를 인도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다시 무장투쟁에 나섰다. 그러나 올해 2월, UNLF에 중대 변화가 생겼다. UNLF 중앙위원회가 쿤동밤 판메이 전 의장을 “적들에게 주요 기밀 사항을 유출”하여 “조직을 기만하는 반(反)혁명적 행위”를 했다는 혐의로 영구 제명한 것이다.

UNLF는 본래 인도와 미얀마, 양쪽 모두를 적으로 규정하고 싸워 왔다. 비단 UNLF만이 아니다. ‘나가랜드 국가사회주의평의회(NSCN)의 ‘카플랑파(NSCN-K·1988년 3월 30일 NSCN에서 분파)’ 역시 두 나라에 거점을 두고 활동하며 양국을 상대로 싸워 온 조직이다. NSCN-K는 2012년 4월 9일 당시 사가잉주 장관인 우 타 아예와 주 단위 휴전을 맺었다. 당시 미얀마는 군부독재가 끝나고 ‘준민간정부’로 권력이 이양된 민주화 과도기에 있었는데, 군인 출신 테인 세인 대통령은 소수민족 무장 단체와 적극적으로 휴전을 체결하고 있었다. 우선 주 단위 휴전이 성사되면, 중앙정부와도 휴전하는 ‘연방 단위 휴전’으로 이어지는 식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미얀마에서는 그 모든 휴전의 의미가 무색해졌다.

지난달 17일 미얀마 정부군의 반군 토벌 작전 과정에서 전소된 사가잉주 민가의 모습. 미얀마나우 캡처

지난달 17일 미얀마 정부군의 반군 토벌 작전 과정에서 전소된 사가잉주 민가의 모습. 미얀마나우 캡처

지난 5월에도 주목할 만한 사건이 있었다. 인도 언론 ‘더 힌두’는 5월 27일 “(민주진영의) 시민방위군(PDF)이 마니푸르 주도(州都) 임팔에서 무장 단체 대원 4명을 사살했다”고 전했다. 매체는 또 “미얀마 내 인도 반군들이 군부로부터 ‘(미얀마 영토) 사용료’를 내라는 압박과 함께, 반군부 세력 진압을 위해 각 조직별로 30명씩 파견하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그보다 2주 전쯤이었던 5월 12일 미얀마 언론 ‘미얀마나우’를 통해 알려졌던 사건과 동일한 것이다. 미얀마나우는 “타무 지역 시민방위군(TPDF)이 같은 달 11일 밤부터 12일 오전까지 타무 타운십 판타 마을과 쿤통 마을에서 군부와 전투를 벌였고, 군부 측 사병 최소 15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익명의 TPDF 대원은 “사망자 가운데 4명은 ‘메이테이’ 사람”이라고 증언했다. 메이테이는 마니푸르 주류 부족을 가리키는 말이다. 미얀마에서는 마니푸르 출신을 아예 메이테이라고 통칭하거나, ‘카테’라는 버마어로 부른다. 여느 접경 지역이 그러하듯, 미얀마 국경 너머에도 메이테이는 물론 마니푸르의 소수 부족인 나가족과 쿠키족 등 다양한 인도 부족들이 살고 있다.

마니푸르 무장단체는 과거에도 미얀마에서 그다지 환영받는 존재가 아니었다. 2019년 11월 17일 친주의 톤장 타운십에서 발생한 친족 여교사 살인 사건이 대표 사례다. 메이테이 출신인 ‘비노드’라는 이름의 40대 남성이 ‘딤 룬 망’이라는 친족 여교사를 살해해 주민들의 분노를 샀는데, 그가 마니푸르 무장 단체 관련 인물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친주에서 활동하는 인도 반군의 축출을 요구하는 시위까지 벌어졌다.

지난 8월 미얀마 사가잉주 모처에 모여 훈련을 준비하고 있는 시민저항군의 모습. 미얀마나우 캡처

지난 8월 미얀마 사가잉주 모처에 모여 훈련을 준비하고 있는 시민저항군의 모습. 미얀마나우 캡처

물론 PDF 편에 선 조직도 없지 않다. 마니푸르 쿠키족 무장 단체 ‘쿠키민족기구(KNO)’가 대표적이다. 1988년 창립된 KNO 역시 인도와 미얀마 양쪽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남아시아 테러리즘 포털’에 따르면, KNO와 산하 군사국(KNA)이 미얀마와 연계된 건 두 차례뿐이다. 1993년 “버마(미얀마의 옛 국명) 안에 ‘쿠키 국가’를 건설하겠다”고 선언한 KNO 의장 성명, 그리고 1997년 KNA가 마니푸르-미얀마 국경 인근에서 미얀마 보안군 트럭을 급습해 군인 15명과 민간인 10명을 사살한 작전이다. 이를 제외하면 KNO의 대부분 활동은 인도 관련 문제에 집중됐었다.

그런데 KNO가 최근 재등장했다. 4월 10일 사가잉 지방 타무 타운십에서 군부 사병 18명을 숨지게 한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었다고 주장하며 “시위대도 해당 작전에 동참했다”고 밝힌 것이다. PDF 활동이 가장 활발한 사가잉 지방은 그동안 잠잠했던 인도 북동부 무장 단체를 다시 ‘데뷔‘시키는 전장이 되고 있다.

사가잉 지방은 미얀마 내부의 역동성이 잘 반영된 지역이기도 하다. 특히 카친족 반군인 ‘카친독립군(KIA)’은 카친주 이남과 인접한 샨주 북부에 KIA 4여단을 두고 있는데, 바로 이 4여단 주둔지와 카친주 남부가 사가잉 지방 카타 타운십과 인접해 있다. KIA는 사가잉 지방으로 자연스럽게 활동 반경을 넓히면서 ‘카타 PDF’와 손잡기 시작했다. 6월 24일부터 사흘간 KIA와 카타 PDF가 펼친 연합 작전으로 군부 사병 44명이 숨졌다.

미얀마 민주진영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의 국방부는 지난달 20일 이들의 작전으로 미얀마군 40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임시방편적 동맹 성격이 강한 ‘PDF-소수민족 반군’ 연합 작전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이달 2일 KIA와 카타 PDF 연합군은 ‘군부 사병 100명 제거’를 목표로 군사 작전을 펼쳤고, 최소 30명이 숨졌다. 사가잉 지방은 ‘포스트 쿠데타’ 국면의 전략적 요충지로 떠오르고 있다.

이유경 국제분쟁전문 저널리스트

이유경 국제분쟁전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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