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미중 화상 정상회담 성사 배경]
이번 고위급 회담은 알래스카 때와 달리
①상호대등 상징 중립국 스위스서 열려
②양국 정상 통화 이후 잇단 화해 제스처
③미중 협력 필요한 이슈 폭증에 위기감
마주보고 달리던 미국과 중국이 일단 브레이크를 밟았다. 지난 1월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첫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하는 성과도 거뒀다. 양국의 갈등은 여전하지만, 6일 미중 고위급회담은 지난 3월 알래스카에서 열린 첫 회담과 여러모로 달랐다.
①장소가 달랐다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만난 스위스는 영세중립국이다. 지난 3월 미국이 태평양 건너 알래스카로 중국 대표단을 불러들였던 것과는 차이가 크다. 트럼프 정부 시절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한때 스위스가 거론된 것도 어느 한쪽에 쏠리지 않는 독특한 이미지 때문이다.
이처럼 ‘상호대등’을 상징하는 스위스를 회담 장소로 선택한 것 자체가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우신보 푸단대 국제문제연구원장은 7일 베이징청년보에 “스위스는 중국과 미국에서 8,000㎞가량 떨어져 6시간의 시차가 나고 지리적으로도 중간에 위치해 있다”며 “외교의 상호주의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로 균형을 갖춘 주고받기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②분위기가 달랐다
3월 회담에 앞서 중국 매체와 전문가들은 “저녁식사에 손님을 초대하고서 식탁에 침을 뱉으려 한다(뤼샹 사회과학원 연구원)”고 분위기를 몰아가면서 “어정쩡한 타협은 없다(환구시보)”고 기선제압에 주력했다. 실제 회담장에서 양측은 거칠게 치받았고 양 정치국원을 비롯한 중국 대표단은 저녁을 컵라면으로 때우며 전의를 불태웠다.
이와 달리 미중 정상은 지난달 10일 통화에서 “관계를 바로잡는 건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할 일(시진핑 중국 주석)”, “양국 관계에 세계의 미래가 달렸다(바이든 미국 대통령)”며 화해 제스처를 보냈다. 이후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이 2년 9개월 만에 가택연금에서 풀려 중국에 돌아왔고,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중국과의 솔직한 대화가 필요하다”며 지난해 1월 중단된 무역협상 재개에 청신호를 보냈다. 리하이둥 중국 외교학원 교수는 “이번 스위스회담은 양국이 중요 차이점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면서 전반적으로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자리”라고 평가했다.
③위기감이 달랐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이 힘으로 누르는 무모하고 비현실적인 접근에 종지부를 찍고 실용적ㆍ구체적인 협력을 모색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략적으로 대립하는 양국 관계가 유지되는 가운데 접촉면을 넓혀갈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 모두 상대와의 협력이 아쉬운 상황으로 전개되면서 태도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 바이든 정부 출범 후 중국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던 미국은 아프간 철군 이후 국제정세, 기후변화, 국내 경제회복 등 직면한 난제가 첩첩산중이다. 내키지 않아도 중국과 손잡지 않으면 어느 하나 해결하기 어렵다.
중국도 오커스(AUKUSㆍ미국 영국 호주 안보협의체), 민주주의 가치동맹, 대만 카드 등 미국의 가중되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 확산 와중에도 각국 정상과 대면회담에 속도를 내는 반면, 시 주석은 30일(현지시간) 로마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마저 거부하며 화상회담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미중 소통 채널은 할 말을 다하면서 미국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중국의 효과적 수단이다. 댜오다밍 런민대 교수는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에 긍정적이고 책임감 있는 태도를 유지하면서 대화를 통해 양국 관계를 안정시키는 데 큰 중요성을 부여해왔다”고 강조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