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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도시라는 세종시… 부서 이름이 '로컬푸드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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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도시라는 세종시… 부서 이름이 '로컬푸드과'

입력
2021.10.08 06: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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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조례 제정·전국 최초 전담부서 설치 불구
스마트도시과·스탬프 투어·거버넌스 플랫폼…
생소한 외래어 남발에 한글 사랑 노력 퇴색

세종시청사 1층 좌측에 배치된 '행정자료실&북카페 알림판' . 세종시는 북카페라는 명칭이 한글도시 정체성에 어울리지 않고, 훈민정음이 크게 인쇄된 벽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자 변경하기로 했다.

세종시청사 1층 좌측에 배치된 '행정자료실&북카페 알림판' . 세종시는 북카페라는 명칭이 한글도시 정체성에 어울리지 않고, 훈민정음이 크게 인쇄된 벽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자 변경하기로 했다.

고운동 다정동 새롬동 도담동 한솔동, 해들마을 새샘마을 가온마을, 온빛초등학교 아름초등학교….

행정수도 이전에 따라 올해 출범 10년을 맞은 세종특별자치시의 또 다른 이름은 ‘한글 도시’다. 세종시는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묘호를 따서 도시 이름을 지은 만큼, 시내 지명은 물론 도로 이름까지 한글로 돼있다. 세종시도 세종대왕의 얼을 계승하고 한글 도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적지 않은 공을 들이고 있다. 2014년 제정한 '한글사랑 지원조례', 지난 2월 전국 처음으로 한글 진흥 전담부서를 신설한 게 좋은 사례다. 그러나 575돌 한글날을 앞두고 둘러본 세종시 내부 풍경은 이런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7일 세종시 보람동의 세종시청사 1층. 청사 엘리베이터 사이 공간에 부착된 부서 안내판에서 ‘스마트도시과’와 '로컬푸드과'가 눈에 들어온다. 큰 고민 없이 편의상 영어를 한글로 옮긴 부서명이다. 로비 좌측 훈민정음이 크게 인쇄된 쪽으로 발길을 옮기자, 이번에는 각종 행정자료와 함께 다수의 도서를 비치한 공간에 ‘북카페’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훈민정음이 크게 인쇄된 벽과 어울리지 않는 명칭이다. 청사를 둘러본 한 시민은 "한글 도시 정체성 확립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도시가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시청사 외에도 한글 표기가 아쉬운 공간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세종시가 적극적으로 도입한 '복합커뮤니티센터’가 그랬고, ‘대세충청 스탬프 투어' '청춘 조치원 프로젝트' '시민참여형 거버넌스 플랫폼 세종 시티앱’ '세종스타트업위크 2021' '사회적 경제 네이밍 시민 공모' 등 각종 사업이나 정책에도 한글과 조합한 생소한 외래어가 등장했다. 세종시민 정모(47)씨는 “상가 간판들이야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세종시가 직접 추진하는 일은 달랐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세종시는 "전문가와 시민이 참여한 '한글사랑위원회'를 구성해 관련 정책을 수립하고 심의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모습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세종시 대표 축제인 ‘세종축제 프로그램과 자료에도 '슬로건, 프린지 공연, 미디어 퍼포먼스' 등 각종 외래어가 남발되고 있는데다, 세종시 보도자료에도 외국어나 외래어가 부지기수로 등장한다.

세종시는 특히 “한글사랑위원회를 통해 행정용어 다듬기를 해왔다”고 말하면서도, 부서나 사업 명칭에 여전히 외래어를 사용하고 있다. 기본적인 한글 사용 노력을 하지 않아 '반쪽 한글 도시'에 그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세종시의회 박용희 의원은 "지난해 한글사랑도시를 표방한 세종시가 출처가 불분명한 외래어나 단어들을 마치 격이 높은 말처럼 사용하는 문제점으로 지적했지만 제대로 시정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외래어 사용은 전국 지자체 공통 사항이지만 세종시는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얼을 계승하고, 한글 도시 조성에도 가장 적극적이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며 "세종시에 부서 명칭 등에 대한 개선을 권고하겠다"고 말했다.

세종=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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