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인산철 배터리… 배터리 업계 지각변동 오나
지금까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주력은 니켈·코발트·망간(NCM)을 소재로 한 삼원계 양극재 제품 차지였다. K배터리의 핵심 모델이기도 한 삼원계 양극재 제품의 장점인 긴 주행거리 덕분이다. 그랬던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판도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그동안 짧은 주행거리 탓에 대체재로 머물렀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안전성 논란에 휩싸인 삼원계 양극재 제품의 빈틈을 파고들면서다.
여기에 삼원계 양극재 제품에 들어가는 주요 소재의 가격 상승세도 저가의 LFP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전기차 대중화에 필수인 배터리 안정성과 가격 안정화를 동시에 가져갈 수 있는 대안으로 LFP가 급부상하는 모양새다.

SK온의 미국 조지아 배터리 공장. SK이노베이션 제공
SK온 "LFP 개발 검토"… 테슬라 "니켈보다 더 많이 쓰일 것"
7일 업계에 따르면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과 지동섭 SK온 사장은 최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SK온은 낮은 주행거리에도 비용과 열 안정성에서 장점을 갖고 있는 LFP 배터리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며 "완성차 업체들이 LFP 배터리에 관심이 많다"고 밝혔다. 사실상 LFP 시장 진출을 내비친 셈이다.
지금까지 SK이노베이션은 니켈 함량을 극대화해 에너지 밀도를 끌어올린 프리미엄급 하이니켈 배터리 생산·개발에 주력해왔다. LFP 배터리의 경우엔 대부분 중국 업체들이 내수용으로 생산해왔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전기차 간판 기업인 테슬라가 LFP 배터리 채용에 관심을 보이면서 분위기 반전도 점쳐지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해 2월 개최한 배터리 데이에서 중국 배터리 업체인 CATL과 각형 LFP 배터리를 활용해 '반값 전기차'를 내놓겠다는 계획을 소개했다. 이어 지난 7월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선 "LFP 소재를 니켈보다 더 많이 쓰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현재 보급형 전기차인 모델3 SR+에 LFP 배터리를 적용한 테슬라는 향후에도 소형 전기차 위주로 쓰임새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이 밖에도 폭스바겐과 포드는 각각 엔트리 모델과 상용 전기차에 LFP를 적용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조지아주 체로키 카운티 소방서가 지난달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GM 쉐보레 볼트 화재 현장. 체로키 카운티 소방서 페이스북 캡처
삼원계 배터리 잇단 화재, 치솟는 광물값… 배터리 다변화 앞당겨
LFP 급부상의 배경엔 니켈을 사용한 삼원계 배터리 안전성 논란과 주요 광물의 가격 급등이 자리하고 있다.
포브스와 매셔블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8월과 9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조지아주에서 GM 쉐보레 볼트 전기차 화재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볼트 전기차는 LG에너지솔루션이 만든 삼원계 배터리가 내장됐다. 안전성 문제가 불거질 경우 천문학적 리콜 비용은 물론, 브랜드 신뢰도 하락까지 감수해야 할 완성차 업계에선 하이니켈 삼원계 배터리 대신 안전성 높은 LFP로 자연스럽게 눈을 돌렸다.
광물 가격 상승세도 예사롭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니켈은 연초 대비 23.2%, 코발트는 59.8% 급등했다. 배터리 업체들은 주요 광물 광산에 지분을 투자하는 등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하고 있지만, 광물 가격 상승은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테슬라,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등 완성차 업체들은 최근 LFP뿐만 아니라 비싼 코발트를 사용하지 않는 고망간 배터리를 채용하는 등 배터리 소재 다양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 밖에도 LFP 배터리와 관련된 특허들이 2022년과 24년 만료돼, 중국 업체들이 해외로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LFP의 관심이 높아진 측면도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수정LFP 배터리 채용 주요 전기차 모델 및 확대 전략
업계에선 당장 LFP가 삼원계 배터리를 밀어내긴 힘들지만, LFP의 약진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완성차 업계에선 LFP의 낮은 에너지 밀도를 보완하기 위해 모듈을 없앤 셀투팩 기술 개발 시도까지 잇따르고 있다"며 "전고체 기술 등을 통해 삼원계 배터리가 안전성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경우 LFP의 시장 비중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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