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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호감 대선의 비극

입력
2021.10.06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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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악재에도 흔들리지 않는 이ㆍ윤 지지율?
與는 ‘어대명’, 혼전의 野는 ‘고발 사주’가 변수?
본선에서 대장동 지뢰 터지면 최악의 난타전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최재형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6일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대장동 의혹' 특검 촉구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최재형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6일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대장동 의혹' 특검 촉구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상한 노릇이다. 대장동 개발사업 파문이 대선 정국을 강타하고 있는데도 정작 이재명 경기지사의 지지율은 요지부동이다. 검찰 수사가 결국 이재명을 겨냥할 것이라는 관측이 파다하지만 지난 주말 민주당 2차 슈퍼위크에서 이 지사와 2위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앞에서도 온갖 악재는 무기력하다. 검찰총장 재직 시절 대검 핵심부서에서 여당 정치인의 고발을 사주했다는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 파문에도 보수의 대선 구도는 큰 틀에서 변화가 없다.

외부 악재가 대선 레이스를 벌이는 여야 선두 주자에게 타격을 주기는커녕 도리어 지지율 강화로 나타나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까. 상대방을 겨냥한 네거티브가 격화하면서 위기를 느낀 보수와 진보 각 진영의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대세론을 굳히고 있다는 게 일반적 해석이다. 이재명이 대장동의 몸통이고 윤석열이 고발 사주를 지시했다는 사실을 검찰 수사에서 입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각 진영의 지지층을 고정하는 린치핀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네거티브는 네거티브일 뿐’이라고 의미를 두지 않는 김대업 병풍사건의 학습효과가 작용한 것일 수도 있다.

이대로 가면 민주당에서는 이재명 지사가 대선 후보로 확정될 공산이 크다. 이낙연 캠프에선 대장동 의혹이 더욱 확산되면 마지막 남은 서울ㆍ경기 경선에서 뒤집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지만, 대세는 이미 기울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1위 후보의 위기로 정권재창출이 위기에 빠졌다. 위기를 직시하지 않으면 민주당이 크게 후회하게 된다”는 외침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지지자들은 ‘밋밋한 2인자’ 후보보다 변화의 기대감을 주는 ‘돌파형’ 후보에게 기울어 있다.

야권은 다소 혼전이다. 2030 지지세에 힘입은 홍준표 의원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보수 진영 후보 적합도에서는 윤 전 총장을 앞선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여전히 윤 전 총장이 리드를 지키고 있다. 분수령은 공수처의 고발 사주 의혹 수사 결과가 될 가능성이 높다. 손준성 검사가 구속이라도 되면 윤 전 총장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11월 초까지 한달 남은 경선 기간을 감안하면 대장동 사태에서 측근 유동규 구속으로 이재명 지사가 입은 타격에 비해 고강도가 될 게 뻔하다.

대장동 사태는 경선보다 본선에 미치는 파장이 더 클 수 있다. 검찰 수사결과가 10일 민주당 최종 경선 이후 나올 예정인데, 어떤 결과가 나와도 국민의힘은 총력전을 벌일 태세를 갖추고 있다. 검찰이 이재명 지사의 연루를 밝히지 못하면 과거 BBK특검처럼 특검 정국으로 흐를 공산이 크다. 이 지사의 연루가 확인된다면 민주당 내분으로 번질 수도 있다. 이낙연 캠프에선 이 지사가 후보를 사퇴하는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최종 경선 이후에도 민주당 원팀에 합류하지 않고 관망하자는 기류마저 감지되고 있다. 물론 이재명 캠프에서는 어떤 경우에도 이 지사가 후보를 사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가뜩이나 “찍을 후보가 없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역대급 비호감 후보들이 즐비한 대선이다. 여야 1ㆍ2위 후보들 모두 비호감도가 60%를 넘어 역사상 유례없는 비호감 대결로 꼽히는 2016년 트럼프와 힐러리의 대결에 견줄 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대장동과 고발 사주라는 지뢰까지 터지면 이번 선거는 최악의 네거티브 난타전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금태섭 전 의원의 말처럼 ‘악당 대 악당’의 대결 속에서 공정과 정의라는 시대정신은 사라지고 부동산을 비롯한 정책대결마저 실종된 최악의 대선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김정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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