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현대차 아산공장 가동률, 첫 50% 미만 '후진'...산업계 덮친 글로벌 공급망 쇼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현대차 아산공장 가동률, 첫 50% 미만 '후진'...산업계 덮친 글로벌 공급망 쇼크

입력
2021.10.07 04:30
0면
0 0
중국이 최근 심각한 전력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27일 밤 최대 경제 도시 상하이의 주거용 빌딩들이 불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이 최근 심각한 전력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27일 밤 최대 경제 도시 상하이의 주거용 빌딩들이 불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공장을 이렇게 오랫동안 세워 둔 건 처음입니다. 말 그대로 최악의 9월이었습니다."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근무하는 A(52)씨의 지난달 기억은 악몽에 가까웠다고 했다. 아산공장의 지난달 가동률이 사상 처음으로 50% 미만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차량용 반도체를 조달해온 말레이시아 공장이 폐쇄(셧다운)되면서 돌아온 후폭풍이다. A씨는 “이번 달에도 얼마나 쉬게 될지 걱정이 앞선다”면서 “인기 판매차량의 출고 적체로 회사 수익은 물론이고 근로자들의 임금도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중국 전력난에 현지 진출 기업들, 생산 차질 심화

글로벌 시장에 번진 공급망 불안이 국내 주력 산업 현장에 초비상 사태를 가져오고 있다. 당장, 최근 빚어진 중국 내 대규모 전력난과 아세안 지역 중심의 코로나19 재확산은 공장 가동률 하락을 불러왔다. 여기에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파생된 수급 불안은 각 기업들의 생산 차질로 이어진 모양새다. 산업현장의 이런 분위기는 결국 소비자물가 상승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물가 불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현재 산둥성(山東省)과 광둥성(廣東省), 저장성(浙江省), 장쑤성(江蘇省), 랴오닝성(遼寧省), 지린성(吉林省) 등 전력사용량이 많은 10여 개 성에 산업용 전기 공급을 제한한 상태다. 중국 전력난은 호주와의 외교갈등으로 인한 석탄 수입 차질 등에서 비롯됐다. 석탄을 주원료로 한 중국의 화력발전 비율은 전체 발전량의 70%에 달할 만큼, 의존도가 높다.

이에 따라 현지 국내 기업들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장쑤성에서 열연·냉연 공장을 운영 중인 포스코는 지난달 17일부터 30일까지 일부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달 1일부터는 정상 가동 중이지만 중국의 전력수급 상황에 따라 공장이 언제 멈출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연간 생산량을 채우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중국에 생산공장이 밀집된 반도체 업계에선 공급망 마비 가능성에 초조한 분위기다. 삼성전자의 경우 낸드플래시의 40%를 중국 시안(西安) 공장에서 생산한다. 수백 단계의 공정을 거치는 반도체 공장은 한번 가동을 멈추면 최적 상태로 되돌리는데 길게는 수개월이 소요되기 때문에 손실이 크다. 실제 애플 협력사인 대만 반도체 제조업체 유니마이크로는 전력 부족 문제로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중국 공장 3곳의 가동을 중단했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공장이 멈추면 필연적으로 '공급 공백' 사태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며 “다만 반도체 굴기를 내세운 중국 정부가 이런 상황을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고 말했다.

원자재 가격 급등에 수급 불안...현대차ㆍ기아, 차량용 반도체 공급 끊겨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 또한 기업들의 수급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kg당 35위안(약 6,500원)이던 리튬은 지난달 29일 171위안(3만1,600원)으로 약 5배 치솟았다. 같은 기간 망간(2배), 코발트(1.6배) 등 주요 광물 가격도 줄줄이 상승했다. 해당 광물들은 배터리 생산을 위한 핵심 소재들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광물 구매계약을 올해 새로 맺는 업체들은 가격 상승 분을 모두 떠안아야 할 것”이라며 “SK온이 최근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개발을 검토하는 것도 광물 가격상승에서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이라고 최근 분위기를 귀띔했다.

철강업계 역시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철광석을 녹일 때 쓰는 제철용 원료탄은 지난 5일 기준 톤당 395.98달러로 올해 초 대비 무려 282.63% 상승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제철용 원료탄 가격은 13년 만에 최고 수준”이라며 “업체들의 채산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자동차 업계는 이미 글로벌 공급망 쇼크의 직격탄을 맞았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 아세안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공급망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최근 말레이시아 반도체 후공정 업체인 유니셈이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공장을 폐쇄했는데, 이에 따라 현대차·기아 주력 모델에 탑재되는 세타엔진용 전자제어장치(ECU)의 반도체 공급이 끊겼다.

이 여파로 국내 울산4공장은 지난달 11~14일 휴업했고,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의 조지아 공장도 지난달 가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협력사들과 차량용 반도체 재고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부품 수급이 원활하고 빠른 출고가 가능한 모델을 우선 생산하는 등 생산 조정을 통해 공급 지연을 최소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김경준 기자
류종은 기자
김동욱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