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28번째 노벨상 배출...자연과학 분야만 25명
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지구 온난화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는 모델을 만들고, 무질서한 물질을 파고든 물리학자 3명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분야로 꼽히는 기후 시스템 모델을 고안하고 혼돈으로 보이는 원자 세계의 상호작용을 분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 노벨위원회는 5일(현지시간)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슈쿠로 마나베(90)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클라우스 하셀만(90) 독일 막스플랑크 기후학연구소 연구원, 조르조 파리시(73) 이탈리아 로마 사피엔자대 교수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 중 마나베 교수는 일본 태생의 28번째 노벨상 수상자다. 자연과학 분야에서는 25번째다. 역대 일본인 노벨상 수상자는 물리학상이 12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화학상 8명, 생리의학상 5명, 문학상 2명, 평화상 1명 순이다.
노벨상위원회는 "마나베 교수와 하셀만 연구원은 인류가 기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물리적으로 모델링하고, 변동성을 파악해 지구 온난화를 예측했다"며 "파리시 교수는 원자에서 행성 단위에 이르기까지 물리학적 체계에서 무질서와 변동의 상호작용을 발견했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기후연구 선구자로 꼽히는 마나베 교수는 도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미국에서 지구물리유체역학을 연구했다. 1967년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CO2) 양이 2배가 되면 지상 기온이 2.3도 상승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손석우 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학부 교수는 "기후변화는 복잡한 수식 기반으로 된 기후모델을 컴퓨터 소프트웨어로 예측하는 것이 연구의 근간인데, 마나베 교수는 관측 데이터가 없는 상태에서 이런 기후모델을 최초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해양학자인 하셀만 연구원은 1970년대 해양순환을 통해 날씨와 기후변화를 예측했다. 또 기후변화의 패턴을 자연적인 변화와 인위적인 변화로 구분하는 '핑거프린트(fingerprint)' 방법을 개발했고, 날씨와 기후를 연계하는 모델도 만들었다. 지구 온난화의 주된 원인이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에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낸 것도 하셀만의 연구다.
파리시 교수는 원자 단위의 기초 물리학을 연구한 물리학자다. 그는 유리가 만들어질 때 원자들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스핀 글라스' 모델을 고안했다. 박형규 고등과학원 물리학부 교수는 "뜨거워진 유리 액체를 갑자기 차가운 물에 담그면 분자들이 제자리를 못 찾고 아무 데나 자리를 잡아 딱딱하게 굳어지면서 불규칙한 원자 형태가 나오는데, 파리시 교수는 이 같은 현상을 수학적 모델로 풀어냈다"고 설명했다. 스핀 글라스 모델은 최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연구에도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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