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부터 국립정동극장… 웃음 가득한 광대들의 연희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일반 관객을 상대로 요금을 받고 공연됐던 연희극 '소춘대유희'가 현대의 시각으로 다시 태어난다. '소춘대유희가' 공연됐던 근대식 극장인 원각사(圓覺社)를 복원, 계승한 국립정동극장 무대에서다. 100여 년 시간을 초월한 광대들의 놀음이 최신 미디어 기술을 활용해 재구성될 예정이다.
5일 서울 국립정동극장에서 열린 '소춘대유희 백년광대' 제작간담회에서 김희철 극장장은 "지난 3월 출범한 국립정동극장 산하 예술단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작품"이라며 "춤과 노래, 연희를 포괄하는 총체극으로서 국가대표 연희 콘텐츠를 보여드리겠다"고 밝혔다. 작품을 총괄한 이수현 프로듀서는 "이 작품에는 1900년대 정동 지역을 중심으로 나타났던 근대 예술이 그 지역성을 간직한 채 현재의 문법에 맞게 새롭게 계승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2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국립정동극장에서 공연되는 '소춘대유희 백년광대'는 제목 그대로 광대들의 이야기다. 최초의 유료극이었던 '소춘대유희'가 공연됐던 1902년에 활동했던 광대들이 오늘날 후배 광대들을 만나 한바탕 연희판을 벌이는 줄거리로 만들어졌다. 제작에 참여한 안경모 연출은 "'소춘대유희'라는 말은 '웃음이 만발하는 무대에서 즐기는 놀이'라는 뜻인데, 코로나19로 사라진 웃음이 회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100년이 넘는 시간을 이어주는 매개체는 역병이다. 사료에 따르면 1900년대 초에도 서울에 콜레라가 창궐해 고종의 즉위 4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이 취소되는 일이 있었다. 당초 기념 공연에 참가 예정이었던 광대들이 합심해서 따로 만든 공연이 '소춘대유희'였다. 따라서 '소춘대유희 백년광대'는 120년 전 선배 예술인들이 코로나19로 고통받는 후배들을 위로하고, 응원하는 의미도 있다.
'힐링'을 목적으로 제작된 극인 만큼 관객들도 편하게 즐길 수 있다. 강보람 작가는 "거창한 이야기보다는 환상적인 시공간으로 변한 극장에서 관객들이 마치 '한 여름밤의 꿈'을 꾸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대본을 썼다"고 했다. 실제로 '소춘대유희 백년광대' 무대에는 프로젝터와 홀로그램, 딥페이크 등 실감형 기술이 여럿 쓰였다. 무대와 객석을 연결하는 구조물을 통해 관객이 극 장면의 일부가 되는 듯한 연출도 차별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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