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받았다" 응답 19%에 불과
장시간, 야간노동 많아 검진은 필수
'야간노동자'로 특수검진 받게 해야
음식배달과 대리운전 노동자 가운데 건강검진을 받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19%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늦은 저녁이나 야간에 근무를 하는 경우가 많은 직종임에도 '회사'에 소속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건강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노총중앙연구원은 5일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플랫폼 이동노동자 건강권 실태와 개선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는 장진희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위원, 윤진하 연세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이 공동으로 진행했다.
배달, 대리운전 기사 "건강검진? 모른다"
연구진이 음식배달노동자 250명과 대리운전노동자 2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95명(19%)만이 건강검진을 받아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나머지 405명(81%)은 건강검진 경험이 없다고 했다.
이들 대부분(93.2%)은 지역가입자 형태로 건강보험에 가입해 있다. 1.2%가 직장가입자였고, 5.6%는 '미가입 또는 피부양자'였다. 따라서 건강보험 가입자 자격으로 2년에 한 번 일반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실제로 검진을 받는 비중은 극히 낮았다.
응답자 가운데 38.5%는 '건강검진을 받아야 할 필요성을 못 느껴서'를 이유로 들었고, 22.5%는 '언제 어디서 건강검진을 받는지 몰라서'라고 했다. 조사를 진행한 장진희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위원은 "강제성이 없는 데다 건강검진의 필요성과 방법에 대한 정보가 없어 받지 않는 사람이 많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주54시간 +야간 노동 ... 17%가 '고위험군'
연구진이 건강검진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플랫폼 노동자 대부분이 열악한 근로환경에 노출돼 있어서다. 설문조사 결과 음식배달·대리운전 노동자들은 주당 54.1시간을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임금노동자 평균(40.7시간)보다 약 14시간 오래 일하고 있는 것이다. 대리운전 노동자는 오후 6시에 시작해 새벽 3시까지, 음식배달 노동자는 오후 1시에 시작해 밤 11시까지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또한 최근 1년간 근골격계 및 호흡기계, 소화기계 통증을 경험한 비중은 17.2%였고, 고객과의 대면이 많은 특성에 따라 응답자 중 60.8%는 고객으로부터 폭언이나 욕설을 경험했다고 답변했다. 연구진이 대리기사 44명과 음식배달노동자 40명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실시한 결과 17%가 '최고위험군'으로 '병가나 휴직이 필요한 상태'로 나타났다.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진우 파주병원 노동자건강검진센터장은 "현재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야간노동자를 너무 좁게 설정하고 있는데, 대리운전기사 등이 야간노동자로 인정되면 '특수건강검진'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정부는 이런 방향으로 산안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장진희 연구위원은 "새벽 시간에 활동하는 플랫폼 이동노동자들이 집결하는 장소를 대상으로 심야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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