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필지 수백 명 이상 공동소유 2만2,199곳
대부분 개발 과정 공유지분, 일부 기획부동산 흔적도
땅 한 필지를 수백 명 이상이 공동소유한 사례가 전국에서 2만 건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규모 개발 과정의 지분공유가 대부분이지만 일부 기획부동산의 '쪼개기' 투자 사기로 의심되는 곳도 있다.
5일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에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소유인(공유인)이 300명 이상인 땅은 전국에 2만2,199필지다. 이 땅들의 주인으로 등록된 사람은 1,793만3,905명에 이른다. 이는 담보설정 등 각종 대지권 설정을 포함한 인원이다.
소유인이 가장 많은 상위 20개 필지를 분석한 결과, 수도권의 대규모 재건축 아파트 단지와 지방의 리조트 또는 호텔, 골프장 등 개발 과정에서 지분공유 방식이 사용되는 곳들이 대부분이었다.
이 가운데 소유인(대지권 설정 포함)이 가장 많이 등록된 땅은 서울 송파구 가락동 913번지(46만5,703㎡)다. 땅주인이 1만2,780명이다. 국내 최대 규모 재건축 단지인 헬리오시티 조합원들의 공유지분이다.
이후 12위까지는 강원과 전북, 충남 등의 리조트와 골프장 부지였다. 2위인 강원 고성군 토성면 신평리(189만7,708㎡)는 지분을 나눠 가진 땅주인이 1만2,085명이다. 3위부터 10위까지 8개 필지는 모두 강원 평창군 봉평면의 땅이다. 필지별 땅 주인이 모두 1만991명으로 동일하다. 해당 토지에는 각각 대형 리조트가 운영되고 있다.
대지권 설정을 제외하면 300명 이상의 소유인이 존재하는 땅은 682필지이고, 소유인은 총 46만5,166명이다. 이 가운데 서울 강남구 개포동 660-12번지(9만8,985㎡)가 5,058명으로 가장 많다. 해당 필지는 지난해 7월 분양한 디에이치퍼스티어 아이파크 부지다. 이 외에도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개포동, 서초구 서초동 등의 재건축 단지, 부산의 호텔 등이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문제는 개발이 불가능한 임야를 수천 명이 쪼개서 소유하는 경우다. 4,857명이 공동으로 소유한 경기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 산73번지(138만5,799㎡)는 청계산 국사봉과 이수봉 일대에 위치해 있다. 환경평가등급 1등급에 해당돼 개발 가능성이 사실상 없는 지역이다. 기획부동산이 개입해 부동산 관련 정보가 없는 이들에게 투자를 권유했을 가능성이 크다. 수정구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해당 토지는 다단계 방식의 기획부동산 수십 곳이 지분을 쪼개는 방식으로 판매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박상혁 의원은 "기획부동산이 주요 정보를 누락하고 투자를 권유하는 걸 잡아낼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며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 부동산거래분석원을 신속히 안착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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