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 조절신경이 많은 건 함부로 놀리지 말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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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 조절신경이 많은 건 함부로 놀리지 말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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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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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창섭
엄창섭고려대 의과대학 교수

ⓒ게티이미지뱅크


우리 몸에는 근육이 많다. 심장이나 내장같이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근육도 있고, 관절을 움직이는 근육도 600개가 넘는다.

근육 중 제일 덩치가 큰 것은 엉덩이를 이루고 있는 큰볼기근이다. 큰볼기근은 다리를 고정하고 똑바로 선 자세를 유지하여 몸의 힘을 버티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반대로 가장 작은 것은 가운데귀 속에 있는 등자근으로 고막의 긴장을 조절한다. 단위면적을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힘이 가장 센 근육은 턱에 있는 씹기근이다. 흔히 힘을 주기 위해 이를 악물 때 아래턱 뒤쪽으로 씹기근이 불룩하게 튀어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모든 근육은 맡은 역할이 있다. 심장근육이 수축하지 않으면 바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씹기근육은 이를 악무는 역할보다 실제 음식물을 씹는 데 더 중요한 근육이다. 어떤 근육이든 맡은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몸에는 크고 작은 이상이 생겨 불편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어떤 근육이 더 중요하고, 더 부지런하고, 더 능력이 있고, 더 많이 일하고 하는 등의 평가를 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근육을 어떤 관점에서 보아야 할까? 내가 내 맘대로 사용할 수 있는가 없는가를 가지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열심히 피를 뿜어내는 심장은 가장 일을 많이 하지만 내 마음대로 뛰게 하거나 그치게 할 수 없다. 심장이나 소화관벽에 있는 근육은 정해진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제대로근이어서 내 의지와 상관없이 자기가 알아서 일한다. 이런 면에서 보면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라기보다는 로봇이나 자동화된 생산설비에 더 가깝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 몸의 여러 곳에서 받아들인 자극은 뇌로 운반된다. 대뇌겉질에는 우리 몸의 각 부위에서 받아들인 자극을 감각 종류별로 분류하고 인식하는 부위가 있다. 시각이나 청각, 미각 등 특수감각은 각각 정해진 부위에서 정보를 모으고 분석한다. 그런데 통증, 온도감각, 촉감, 압력감 같은 일반감각을 담당하는 신경세포들은 감각영역이라 하는 곳에 모여있다. 이와 더불어 몸의 각 부분의 움직임을 담당하는 신경세포들도 운동영역이라고 하는 부위에 모여있다.

감각영역이 넓다는 것은 그 부위가 여러 자극에 민감하다는 의미이고 운동영역이 넓다는 것은 근육세포의 움직임을 더 섬세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들 영역에서 몸의 각 부위를 조절하는 세포들이 있는 면적을 살펴보면 손, 입, 혀 등을 조절하는 영역이 몸의 다른 부위를 조절하는 부위보다 엄청 넓다. 그래서 대뇌피질에 있는 비율대로 축소인간(호문쿨루스)을 만들면, 손과 입이 머리나 몸통보다도 더 큰 아주 이상한 모양이 되고 만다. 손이나 입, 혀의 크기를 몸통이나 엉덩이의 크기와 비교해 보면 손과 입이 생각보다 훨씬 더 민감하고 섬세한 부위임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 사회의 조직에서 근육은 받은 명령 혹은 지시를 직접 수행하는 부서이다. 그러니까 생산직 근로자, 영업사원 등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이 제대로 일하려면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기획한 것을 기반으로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많은 부서, 즉 신경의 도움이 필요하다. 중요하고 전문성이 더 많이 필요한 일일수록 더 많은 사람이 관여할 것이다.

'세 치 혀’라는 말이 있다.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말로 남을 잘 설득하는 뛰어난 말재주를 의미하지만 ‘세 치 혀를 잘못 놀리면….’ 같이 부정적인 의미로도 사용된다. 맹자는 “선비가 말해서는 안 될 때 말하는 것은 말로 꾀는 것이고, 말해야 할 때 말하지 않는 것은 말하지 않는 것으로 꾀는 것이니 이 모두가 담에 구멍을 뚫거나 담을 넘어가 도둑질하는 부류다”라고 하였다. 말해야 할 때 제대로 말하고, 하지 말아야 할 때 말실수를 하지 않는 조심스러움이 필요하다.

선거철이 다가오면서 예비후보자들이 말의 향연을 벌이고 있다. 자기 자랑이나 변명, 남을 헐뜯는 비난, 무엇인가 이상하다 싶은 말까지 다양하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하는 말은 아닐 것인데, 꼭 해야만 하는 말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한 번 더 생각해보고 말하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 때가 있다.

엄창섭 고려대 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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