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준 해외 생산이 국내 생산보다 5배 많아
미·중 등 주요국은 자국 내 배터리 생산 능력 확보
실제 배터리 수출액보다 수입액 증가율 높아
최근 5년간 국내 배터리 3사의 해외 생산용량은 10배가량 증가한 반면 국내 생산용량은 2배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역수입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셈이다.
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의 이장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장기적으로 전 세계 배터리 부족 사태가 발생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지만,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배터리 수급용량, 미래 추이 등에 대해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세계적으로 반도체, 백신 등 자국 중심의 수급안정화 정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도 연구용역을 통해 부족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장조사업체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2016~20년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셀 제조업체 3사의 해외 생산용량은 20.8기가와트시(GWh)에서 196.4GWh로 10배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국내 생산용량은 21.9GWh에서 40.6GWh로 2배도 채 늘어나지 않았다. 해외 생산이 국내 생산보다 5배 가까이 많은 것이다.
문제는 글로벌 배터리 부족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국내 생산시설 확대 계획은 전무하다는 점이다. SNE리서치는 2025년 전 세계 배터리 부족 비율이 53%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배터리가 부족해 전기차 2대당 1대꼴로 만들지 못한다는 얘기다.
정부도 지난 7월 '2030 이차전지 산업 발전전략'을 통해 배터리 핵심기술을 국가전략기술로 선정, 세제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전히 기업들은 세계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해외 생산설비 확장에 집중투자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해외 주요국들은 자국 내 배터리 생산능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은 2025년 발효되는 신북미자유협정(USMCA)을 통해 자국 내 생산 비율이 75% 이상인 완성차 업체에 무관세 혜택을 줄 예정이고, 중국은 자국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에만 구매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전기차 생산 공장이 많은 중국, 유럽, 미국 등 현지에 배터리 공장을 늘려가고 있다. 그 결과 최근엔 수출액보다 수입액 증가율이 더 두드러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8년 배터리 수입액은 12억2,500만 달러(1조4,550억 원)으로 전년 대비 82.6% 증가했다. 같은 기간 배터리 수출액은 24.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역시 수입액 증가율이 30.7%에 달해 수출액 증가율(4.3%)을 크게 웃돌았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한국의 배터리 수요가 늘면서 국내 기업의 해외공장으로부터 수입하는 물량의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국외생산 확대는 국내생산과 투자 감소를 불가피하게 초래하고 장기적으로는 역수입을 초래해 수출을 감소시키고 무역수지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산업부가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배터리 부족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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