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총리가 아무리 온건파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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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총리가 아무리 온건파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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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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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 여전히 아베-아소가 장악
비둘기파 기시다 총리 입지 좁아
한일관계 개선은 여전히 난망

기시다 후미오 일본 신임 총리가 4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10월 4일 일본을 이끌 기시다 후미오 신 정권이 탄생했다. 작년 9월 건강 악화로 전격 사임한 아베에 이어 등판했던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코로나19 방역 실패 등에 따른 민심 이반으로 1년짜리 단명 정권으로 끝났다.

이번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기시다는 라이벌인 고노 다로 행정개혁상을 누르고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했다. 기시다의 당선에는 당내 대형파벌을 이끌고 있는 아베, 아소, 다케시타 등 주류파 지도부의 용의주도한 책략과 지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국민 지지율 1위에 당내 비주류 세력, 소장파 의원들의 광범한 지지를 받던 고노 다로는 예상 외로 고전했고 현역의원 득표에서 우익정치인 다카이치 사나에보다 밀리는 수모를 겪었다.

돌이켜 보면 2012년 이후 자민당 정권은 호소다파-아소파 연합이 줄곧 권력의 향배를 쥐락펴락해 왔다. 7년 8개월간 계속된 제2차 아베 정권과 스가 정권 1년을 거치는 동안 AA(아베-아소) 그룹의 주도권은 날로 증대되었고 이번 기시다 정권의 성립도 그 연장에서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아베 전 총리는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의 사실상 오너로 최장수 집권 기간 자민당 실력자들에게 각료직과 당 요직을 나눠주며 맹우 관계를 구축했다. 뿐만 아니라 재임 중 치러진 6번의 중의원·참의원 선거에서 당 총재로 공천권을 행사하여 수많은 소장파 의원들을 당선시켰다. 이는 여전히 아베 전 총리가 당내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정치적 자산이다.

기시다는 자민당 내 비둘기파인 고치카이(宏池會)의 명맥을 잇는 지도자로 이념과 정책의 성향으로 보면 아베-아소 그룹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온건하고 리버럴한 성향을 지니고 있다. 고치카이 출신 지도자들은 관용과 인내를 바탕으로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는 정치 성향을 보여왔다. 한국과의 수교를 이끌어 낸 이케다 하야토, 아태 평화 외교를 주도했던 오히라 마사요시, 1990년대 초반 위안부 문제에 대해 진솔하게 사과했던 미야자와 기이치-고노 요헤이 모두 고치카이 출신 정치인들이다. 기시다 역시 2015년 위안부 합의 당시 외상으로 서명했던 당사자이기도 하다.

4일 발표된 기시다 신 내각의 주요 각료와 당 요직에는 예상대로 아베 정권 당시의 실력자인 3A(아베,아소+아마리) 세력을 전면에 포진시켰다. 모테기 외무상과 아베의 친동생인 기시 노부오 방위상은 유임되었고 관방장관에 아베와 같은 파벌의 마쓰노 히로카즈가 그리고 경제산업상에는 아베의 측근인 하기우다가 등용되었다. 재무상에는 아소의 처남인 스즈키 슌이치가 임명되었다. 자민당 요직 인사에서는 아소가 자민당 부총재로 다시 기용되고 간사장에는 아소파의 아마리 아키에, 정조회장에는 아베의 총애를 받는 다카이치가 등용되어 아베, 아소 세력에 대한 보은 인사의 색채가 강하게 드러났다.

기시다 총리의 최대 과제는 당장 이달 말 치러질 중의원 선거를 승리로 이끌고 더 나아가 내년 여름의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의 과반 의석을 회복하는 일이다. 만약 선거를 자민당 승리로 이끌지 못한다면 기시다 정권도 단명 정권으로 끝날 것이다. 따라서 기시다 총리가 자신의 정치·외교 색깔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듯하다. 비둘기파 출신의 총리 등장에도 불구하고 자민당 내 권력의 역학관계를 고려할 때 기시다 총리가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 손을 내밀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현재 한일관계 악화의 뇌관인 위안부-징용문제에 기시다 정부의 새로운 접근 가능성은 기대 난망이다. 오히려 악화된 한일관계 개선의 이니셔티브는 우리의 대일외교에서 찾는 것이 현실적일 듯하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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