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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정·재계 인사 역외탈세 또 터졌다... ‘판도라 페이퍼스’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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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정·재계 인사 역외탈세 또 터졌다... ‘판도라 페이퍼스’ 공개

입력
2021.10.04 18:30
수정
2021.10.04 19:0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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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 1,200만 개 파일 분석
대부분 1996~2020년 내용...? 회사 956곳 연루
요르단 국왕·?토니 블레어 등 정치인 336명 포함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3일 전 세계 14개 기업으로부터 입수한 약 1,200만 개의 파일을 검토·분석한 결과인 ‘판도라 페이퍼스’를 공개했다. ICIJ 홈페이지 캡처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3일 전 세계 14개 기업으로부터 입수한 약 1,200만 개의 파일을 검토·분석한 결과인 ‘판도라 페이퍼스’를 공개했다. ICIJ 홈페이지 캡처

세계 각국의 전·현직 정치 지도자와 측근, 재벌 인사 등이 조세회피처를 통해 탈세와 불법을 자행하고 부(富)를 축적했다는 폭로 문건이 공개됐다. 이른바 ‘판도라 페이퍼스’다. 5년 전 유사한 내용의 ‘파나마 페이퍼스’에 이름이 오른 주요 인사들이 사임하거나 수사를 받는 등 큰 홍역을 치렀던 사례와 마찬가지로, 글로벌 리더들의 도덕성이 또다시 도마에 오르게 됐다.

3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전 세계 38개 관할 지역의 서비스 제공 사업체 14곳으로부터 입수한 약 1,200만 개의 파일을 검토·분석한 결과인 판도라 페이퍼스를 이날 공개했다. 대부분 1996∼2020년 벌어진 일과 관련한 내용인데, 1970년대 기록도 일부 담겨 있다고 한다. 이를 토대로 ICIJ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인도양 섬나라 세이셸 △홍콩 △중미의 벨리즈 등 역외피난처에 등록된 계좌들을 파헤쳤고, 956곳의 연루 회사를 발견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ICIJ는 “(역외탈세에 동원된) 해당 업체의 3분의 2 이상이 버진아일랜드에 설립됐다”며 “사우스다코타주(州) 81곳, 플로리다주 37곳 등 미국에 설립된 신탁사에도 일부 비밀 계좌가 있다”고 설명했다.

판도라 페이퍼스에 거명된 전·현직 주요 정치인은 336명이다. 특히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 기예르모 라소 에콰도르 대통령 등 전·현직 국가수반 35명도 포함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의 측근도 문건에 이름이 올랐다.

재계나 연예·스포츠계 인사들도 눈에 띈다. 터키 건설업계 거물 에르만 일리카크, 소프트웨어 업체인 ‘레이놀즈 앤드 레이놀즈’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로버트 브로크만, 콜롬비아 출신 가수 샤키라, 독일 슈퍼모델 클라우디아 쉬퍼, 인도 크리켓 유명 선수 사친 텐둘카르 등이 대표적이다.

상당수의 탈세 정황은 ‘부동산 투자’에서 드러났다. 예컨대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은 미국과 영국 등에서 1억600만 달러에 달하는 저택 14채를 구매했는데, 스위스에서 활동하는 영국인 회계사와 버진아일랜드의 변호사를 동원했다. 압둘라 국왕이 1995∼2017년 최소 36개의 페이퍼컴퍼니를 세우고, 미국과 영국에서 해당 저택들을 구매하는 것을 두 사람이 도왔다는 것이다. 블레어 전 총리의 경우, 880만 달러 규모의 빅토리아 시대 건물을 보유한 버진아일랜드 회사를 인수, 2017년 건물의 소유주가 됐다. ‘푸틴 대통령의 아이를 출산한 러시아 여성이 모나코의 고급 주택을 비밀리에 사들였다’는 의혹도 폭로됐다.

파장은 광범위할 것으로 보인다. 2016년 ICIJ가 공개한 ‘파나마 페이퍼스’ 사태로 당시 시그뮌뒤르 귄뢰이그손 아이슬란드 총리가 사퇴하는 등 각국에서 정치ㆍ사회적 후폭풍이 일었던 사실에 비춰, 이번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WP는 “판도라 페이퍼스의 내용에 따라 일부 인사들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당사자들은 모두 ‘불법성이 없는 거래’라거나 ‘음해성 폭로’라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건에는 한국인도 일부 거론됐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의 이름도 등장했는데, ICIJ의 판도라 페이퍼스 프로젝트에 참가한 국내 매체 뉴스타파는 ‘이수만 총괄프로듀서가 홍콩의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미국 부동산을 매입했다’는 내용을 전했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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