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美 국무, 파리 거주 10년 '제2의 고향' 인연
4일부터 사흘간 프랑스 방문...오커스 파문 후 처음
아프간 철군 혼란 책임론, 중국의 대만 위협도 고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에게 프랑스 파리는 ‘제2의 고향’이다. 10대 때 파리에서 학교를 다녔고 미국 하버드대와 컬럼비아로스쿨을 졸업한 뒤 다시 파리 로펌에서 2년 동안 일을 하는 등 프랑스에서 10년 이상을 살았다. 그의 어머니도 여전히 파리에 거주한다. 블링컨 장관의 프랑스어 구사 능력도 완벽한 수준이라고 한다.
블링컨 장관이 4일(현지시간)부터 6일까지 프랑스를 방문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의 참석 후 프랑스 주요 인사를 만나기 위해서다. 지난 6월 그의 첫 프랑스 방문 때만 해도 환대 일색이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미국이 지난달 영국 호주 손을 잡고 출범시킨 안보협의체 ‘오커스(AUKUS)’ 후유증 때문이다. 게다가 아프가니스탄 철군 여진, 미중 갈등 격화 등 미국 외교수장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는 변수도 여럿이다.
양국 외교관계는 최근 최악의 경험을 했다. 지난달 15일 오커스 출범 후 미국 영국이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 개발을 지원하기로 하면서다. 호주가 프랑스 방산업체 나발그룹과 체결한 660억 달러(약 78조 원) 규모 디젤 잠수함 12척 공급 계약이 무산되자 프랑스는 주미대사를 소환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정상회담을 열기로 하면서 주미 프랑스대사가 워싱턴으로 복귀하는 등 상황은 개선됐다.
하지만 상처도 남았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블링컨 장관의) 프랑스에 대한 깊은 애착을 감안했을 때 이번 외교 분쟁은 블링컨에게 큰 타격을 줬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시절 훼손됐던 대서양동맹 회복을 바이든 행정부가 선언했을 때 가장 반겼던 나라 중 한 곳이 프랑스였다. 그런데 언제든 미국 국익에 따라 뒤통수를 맞을 수 있다는 게 확인되면서 배신감이 컸던 셈이다.
특히 프랑스 대선 국면과 맞물려 마크롱 대통령이 더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NYT는 아프리카 사헬 지역 대테러작전 지원이 블링컨 장관의 프랑스 선물 목록에 들어갈 것으로 점쳤다.
다만 블링컨 장관의 프랑스행은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블링컨 입장에선 8월 이후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작전 혼란 책임론이 여전히 부담이다. 지난달 28일 미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마크 밀리 합참의장은 “국무부 관료들이 카불공항 (미국인 및 아프간 협력자) 대피작전 지시에서 너무 오래 기다렸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중국이 1일부터 4일까지 나흘 연속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군용기를 진입시키는 등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도 골치 아픈 현안이다. 미 국무부는 “우리는 중국이 대만에 대한 군사·외교·경제 압력과 강압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는 성명도 대변인 명의로 냈으나, 단시일 내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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