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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커스' 핵잠 파동 후 프랑스 찾는 미국 블링컨, 무거운 발걸음 어찌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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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커스' 핵잠 파동 후 프랑스 찾는 미국 블링컨, 무거운 발걸음 어찌하나

입력
2021.10.05 04:3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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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컨 美 국무, 파리 거주 10년 '제2의 고향' 인연
4일부터 사흘간 프랑스 방문...오커스 파문 후 처음
아프간 철군 혼란 책임론, 중국의 대만 위협도 고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7월 14일 워싱턴 주미 프랑스대사 관저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7월 14일 워싱턴 주미 프랑스대사 관저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에게 프랑스 파리는 ‘제2의 고향’이다. 10대 때 파리에서 학교를 다녔고 미국 하버드대와 컬럼비아로스쿨을 졸업한 뒤 다시 파리 로펌에서 2년 동안 일을 하는 등 프랑스에서 10년 이상을 살았다. 그의 어머니도 여전히 파리에 거주한다. 블링컨 장관의 프랑스어 구사 능력도 완벽한 수준이라고 한다.

블링컨 장관이 4일(현지시간)부터 6일까지 프랑스를 방문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의 참석 후 프랑스 주요 인사를 만나기 위해서다. 지난 6월 그의 첫 프랑스 방문 때만 해도 환대 일색이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미국이 지난달 영국 호주 손을 잡고 출범시킨 안보협의체 ‘오커스(AUKUS)’ 후유증 때문이다. 게다가 아프가니스탄 철군 여진, 미중 갈등 격화 등 미국 외교수장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는 변수도 여럿이다.

양국 외교관계는 최근 최악의 경험을 했다. 지난달 15일 오커스 출범 후 미국 영국이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 개발을 지원하기로 하면서다. 호주가 프랑스 방산업체 나발그룹과 체결한 660억 달러(약 78조 원) 규모 디젤 잠수함 12척 공급 계약이 무산되자 프랑스는 주미대사를 소환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정상회담을 열기로 하면서 주미 프랑스대사가 워싱턴으로 복귀하는 등 상황은 개선됐다.

하지만 상처도 남았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블링컨 장관의) 프랑스에 대한 깊은 애착을 감안했을 때 이번 외교 분쟁은 블링컨에게 큰 타격을 줬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시절 훼손됐던 대서양동맹 회복을 바이든 행정부가 선언했을 때 가장 반겼던 나라 중 한 곳이 프랑스였다. 그런데 언제든 미국 국익에 따라 뒤통수를 맞을 수 있다는 게 확인되면서 배신감이 컸던 셈이다.

특히 프랑스 대선 국면과 맞물려 마크롱 대통령이 더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NYT는 아프리카 사헬 지역 대테러작전 지원이 블링컨 장관의 프랑스 선물 목록에 들어갈 것으로 점쳤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보리스 존슨(화면 오른쪽) 영국 총리, 스콧 모리슨(화면 왼쪽) 호주 총리와 화상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3국의 새로운 안보협의체인 '오커스(AUKUS)' 발족을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보리스 존슨(화면 오른쪽) 영국 총리, 스콧 모리슨(화면 왼쪽) 호주 총리와 화상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3국의 새로운 안보협의체인 '오커스(AUKUS)' 발족을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다만 블링컨 장관의 프랑스행은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블링컨 입장에선 8월 이후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작전 혼란 책임론이 여전히 부담이다. 지난달 28일 미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마크 밀리 합참의장은 “국무부 관료들이 카불공항 (미국인 및 아프간 협력자) 대피작전 지시에서 너무 오래 기다렸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중국이 1일부터 4일까지 나흘 연속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군용기를 진입시키는 등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도 골치 아픈 현안이다. 미 국무부는 “우리는 중국이 대만에 대한 군사·외교·경제 압력과 강압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는 성명도 대변인 명의로 냈으나, 단시일 내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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