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들, 광화문 인근서 집회 열어
사전허가 집회도 '50인 이하' 약속 무색
경찰 단속 중 시민들과 실랑이 벌이기도
개천절인 3일 서울 도심에서 보수 성향 단체들이 주도한 집회가 진행됐다. 그중에는 50명 이하만 참석하는 조건으로 사전 허가를 받은 경우도 있었지만, 그런 집회장에서조차 방역에 위협이 될 만한 장면이 다수 목격됐다. 다만 서울시와 경찰은 수사가 필요할 만큼 심각한 방역수칙 위반 행위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50명 이하 모이겠다" 허가 받았지만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집회는 광화문광장, 서울시의회, 덕수궁 대한문 등 서울 도심 주요 장소 일대에서 진행됐다. 대부분 보수 단체 주최로 현 정부를 성토하는 행사였다.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는 이동욱 전 경기도의사회 회장이 오전 11시부터 '정치방역 중단 촉구 및 코로나 감염 예방 강연회'를 진행했다. 이 전 회장은 지난 1일 법원으로부터 △참석 인원 50인 제한 △2m 이상 거리두기 △발열 체크 △KF94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 준수를 조건으로 사흘간(2~4일) 집회 허가를 받았다.
주최 측은 경찰 펜스로 집회장 주변을 둘러싸고 출입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방역수칙 준수에 나섰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분위기였다. 집회장에 들어가지 못한 이들은 바로 옆 인도에 모여 앉았고, 출입 인원 관리를 위해 마련된 명찰을 여러 사람이 돌려쓰면서 집회장을 드나들기도 했다. 이 전 회장은 마스크를 벗은 채 참석자 앞에서 연설했다. 그는 "골프장은 예약이 안 될 정도로 붐비는데, 예배는 법원 허가를 받아야 한다"면서 "헌법상 기본권을 경찰과 시청이 탄압한다"고 비판했다.
전광훈 목사가 담임목사로 있는 사랑제일교회는 같은 시간 서울시의회 건물 앞에서 야외 예배를 진행했다. 이 교회는 방역수칙 위반으로 건물이 폐쇄되자, 한 달 넘게 매주 일요일 신자들이 거리에서 교회가 송출하는 동영상을 시청하는 방식으로 예배를 보고 있다. 일부 참석자는 마스크를 내린 채 음식물을 섭취하기도 했다.
마스크 착용 요구 거부하며 실랑이도
서울경찰청은 이날 세종대로 등 주요 도로에 차벽과 펜스를 설치하고 경력 11개 부대(약 770명)를 투입해 집회장 주변 경비에 나섰다. 경찰은 방역수칙 위반 등 불법 행위를 단속하기 위한 채증 인력도 투입했다.
일부 집회 참석자는 경찰 단속에 항의하며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마스크를 벗고 정부 비판 발언을 하던 한 참석자는 경찰과 공무원의 마스크 착용 요구에 불응하면서 고성을 주고받기도 했다. 다만 물리적 충돌이나 현행범 체포는 없었다.
집회 장소 주변을 찾은 시민들은 교통 혼잡 등으로 불편을 겪었다. 덕수궁이 이날 대규모 집회 가능성에 대비해 휴관한 사실을 모르고 헛걸음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모(39)씨는 "마스크도 제대로 쓰지 않은 채 시위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다른 시민은 생각하지 않는 건가' 싶어서 답답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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