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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 노인에게 가혹한 사회

입력
2021.10.03 18: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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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노년알바노조 조합원들이 1일 국회 앞에서 차별 없는 기초연금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년알바노조 조합원들이 1일 국회 앞에서 차별 없는 기초연금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 노인들의 특징은 가난하고 일을 많이 한다는 점이다. 복지 예산의 20%가 노인복지에 투입되고 있지만 ‘노인 빈곤 국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빈곤 노인의 슬픈 초상인 ‘재활용품 수집 노인’은 정부 통계로 6만6,000명이 넘는다.

□ 2일 노인의 날을 맞아 통계청이 내놓은 ‘노인통계’에 따르면 2019년 노인빈곤율은 43.2%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여전히 1위다. 한편 노인고용률(34.1%ㆍ2020년)은 2015년부터 상승 추세다. 생산 가능 인구가 줄어드는 시점에서 일하는 노인의 증가는 긍정적이지만, 마냥 반길 일이 아니다. 일하기를 원하는 노인의 절반 이상(58.7%)이 생계비를 보탤 목적이기 때문이다. 노인 소득 중 공적연금 등 사회소득 비중이 큰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 노인들에게는 임금소득 비중이 여전히 크다.

□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은 공적연금의 사각지대에 있거나 적은 연금을 받는 빈곤 노인의 소득보전 보완책이다. 최대 월 70만 원을 받는 일자리라고 알려져 있지만 일자리 75만 개 중 60만 개가 월 27만 원의 활동비를 받는 공익활동형(환경정비, 노노케어 등)이다. 그나마 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에는 노인 일자리 참여자 중 70%가 일자리 중단 경험을 했다. 전문가들은 베이비 붐 세대 은퇴로 중장기적으로 이런 정부 지원 일자리가 158만 개 필요하다고 추산한다. 그런데도 ‘세금 일자리’를 "그만 만들라”는 비판이 나온다. 몰인정하다.

□ 노인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노력을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2014년 도입할 때 20만 원이었던 기초연금을 30만 원으로 올리고 의료급여를 제외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한 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갈 길은 멀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기초생활수급자들이 받는 기초연금을 소득으로 간주해 같은 액수만큼 생계급여에서 삭감하는, ‘줬다 뺏는 기초연금’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7년째 이 문제에 뒷짐지고 있다. 지난해 수급자 노인 50만 명 중 12%가 이를 우려해 기초연금을 신청하지 않았다. 가난한 노인들에게 왜 이리 가혹한가.

이왕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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